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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유리 Oct 13. 2021

5. 우리의 첫 여행 스페인-바르셀로나

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우리의 첫 여행 스페인-바르셀로나     


우리가 함께 하기로 했던 첫 여행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물론 근교 여행은 당일치기로 가 본 적 있으나, 이렇게 오래 같이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바르셀로나 공항 먼저 도착 후 우리가 묵을 숙소를 혼자서 찾아갔다..

그와 만나기로 한 첫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또 길을 잃었다.

버스에서 내린 건 분명히 내리란 곳에 잘 내린 것 같았는데, 구글 맵을 키고 가는데 가도 가도 집 주소에 숙소는 보이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갔다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바로 여기야” 하는 것이다. 길치의 삶의 길을 잃지 않을 수 없지만, 결국 목적지는 찾았다. 내 인생에서도 늘 나는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을 이뤘던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도 말이다.

왜 내 눈엔 그 주소 숫자가 보이지 않았던 것인가.. 우 씨 내 눈은 왜 달고 다니는 거야 하면서 쫑알거리며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그는 그날 오후에 바르셀로나로 올 예정이었고, 나는 몇 시간 바르셀로나 숙소 근처를 걸으며 구경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한국에서는 걷는 거 좋아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여행만 가면 걷고 또 걸어도 그렇게 행복한지 모르겠다. 낯선 곳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큰 나에겐 이 모든 게 즐거움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몬주익 언덕에 도착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여유로웠다. 몬주익 분수를 보면서 또 멍해지는 순간이었다. 혼자서 셀카도 여러 장 찍었다. 늘 이렇게 여유로워지는 순간이 오면 사람 구경을 하게 된다. 지나가는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 이탈리에서도 너무 그 모습이 좋아 사진을 담아 두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우리 부모님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했는데, 생각이 나질 않았던 걸 보면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나 보다. 이렇게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개인 SNS에 사진 한 장 올리고 보니 어느덧 그를 만날 시간이 돌아왔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 버스 정류장 앞에서 기다렸는데, 유독 저 버스에 타고 있을 것 같은 버스가 한 대 멈췄다. 하지만 그 버스에는 그가 보이질 않았고, 그 버스 안을 살피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툭툭 어깨를 쳤다. 바로 그가 바로 뒤 버스에서 내려 나를 보고 다른 버스에서 찾고 있어 몰래 다가와 툭툭 건드렸던 것이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았더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그와 나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처음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는 길을 잘 찾고 바르셀로나에 여러 번 온 것처럼 다녔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와의 여행에서 잘 보이고 싶어 미리 알아보고 다 생각해두고 계획했던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너무 편한 여행이었다. 패키지처럼 말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하는 편은 아니고 자유롭게 그날 봐서 가고 싶은 곳 가고, 쉬고 싶으면 쉬고 하는 스타일이다.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 예전 같이 여행했던 언니 일정표에 시간 분단위까지 계획된 종이를 보고 마음속으로 뜨악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나는 계획은 자유롭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에피소드가 많고 다이내믹했나 보다. 그와 함께하는 여행은 매번 나에게 일어났던 에피소드는 없었고, 평화로웠다. 그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샹그리아와 함께 달달한 저녁을 보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이 평탄할 줄 알았지만, 다음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을 기분 좋게 다녀오고 잠시 쉴 겸, 사진도 구경하려고 시내에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거기서 모든 게 털려버렸다. 눈 깜짝할 상에 말이다. 우리는 당황했고, 경찰서로 가서 그날은 하루 종일 경위서 작성을 하고 기다려야 했다. 가장 중요한 그의 여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를 가서 여권을 발급받아야만 했다. 그는 나에게 쉬고 있어라고 하고 혼자 마드리드를 다녀와 여권을 만들어왔다. 혹시나 이 여행이 망치면 안 될까 봐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그는 혼자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를 다녀와 나의 기분을 살폈다.. 사실 나는 어제 잊어버린 건 내 중요한 물건은 많지 않았기에 아주 꿀잠을 자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날 기분 전환하러 벙커의 야경을 보러 갔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곳이기도 한 벙커에서 우리도 아름답게 물든 일몰을 보면서 바르셀로나 시내가 빛나고 있는 뷰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다. 나는 늘 높은 곳에 올라와서 바라보는 뷰를 참 좋아한다. 세상에 있는 걱정거리들이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장난감처럼 보여서 말이다. 바르셀로나 시내가 레고처럼 보였다. 그 아름다운 뷰를 보기 위해 벙커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옹기종기 앉아 맥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분위기에 취해 갈 때쯤 피렌체 일몰을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었다. 그만큼 우리는 피렌체를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랑을 시작했던 곳이기에 가장 애정 하는 도시가 피렌체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곳도 피렌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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