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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유리 Oct 14. 2021

6. 세비아에서 일주일

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세비아에서 일주일    


  

세비아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우리는 스페인 광장을 매일 갔다.

겨울이었지만, 빛이 너무 따뜻했고, 그 빛이 예쁘게 드는 곳에 앉아 멍 때리기 너무 좋았다. 따뜻한 햇살에 앉아 광합성을 받고 있다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조용해질 쯤엔 주위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멀리 서라도 그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멩코 공연은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의 넋두리를 하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사연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해 보였다. 집시들의 삶과 애완을 담아서 추는 춤이라 그런지 어딘가가 슬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을 한참 보고 있게 되는 것 같다. 넓지 않은 광장을 쭈욱 둘러볼 때면 어느 날은 분수 위에 무지개 떠 있기도 했다. 무지개를 보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일이 생길 것 만 같아서 나는 무지개를 자주 만나고 싶다. 무지개를 보고 아 예쁘다며 우리는 한참을 보던 날 이곳에 갑자기 경찰들이 다가왔다. 평온했던 곳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또 뭐 잃어버렸나? 아까부터 괜히 우리 곁을 눈치 보던 여자 둘이 있긴 했었다. 뭔가 소매치기가 가득했던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달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따라가고 있었다. 발견했을 때는 경찰에게 잡혀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에게 벌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생생하게 그 장면이 남아있었다.

내 뒤에도 어슬렁 거렸던 이 두 여자가 소매치기였다니 소름이었고, 경찰에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페인 광장은 내가 매일 올 만큼 이 빛을 잊을 수 없다. 매일 걸어가다 보면 보이던 곳에서 추로스를 사 먹고 지나가다 보이는 상점에 들어가서 구두도 골랐다. 구두는 플라멩코 춤을 출 때 비슷한 디자인의 구두였다. 특히 아이들 신발이 너무 예뻐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애가 없는데 아가들 신발만 보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두 딸을 가진 친구가 떠올랐고, 나는 친구의 딸이 신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며 신발을 고르고 선물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던 것 같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게 말이다. 주는 기쁨이 있어서 그런지 병원을 다니며 여행했을 땐 여행의 쇼핑도 매우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한 배낭 여행자 기도 하고, 누군가의 선물을 갖고 다닐 배낭의 공간도 사실 없었다. 하지만 물욕 넘치던 내가 이 욕구를 참으려 하니 힘들었고, 합의점이 마그넷이나 스노볼을 사기 시작했다. 원래 물욕 넘쳤던 본능은 숨길 수 없는지 예쁜 상점을 지나칠 수 없었다. 마그넷이라도 꼭 사거나, 기념품을 사게 되었다. 비싼 물건을 살 수 없는 내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했고, 지금 집에 붙어있는 마그넷들을 보면서 참 뿌듯하기도 하다. 누군가는 예쁜 쓰레기 콜렉터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만족 같은 것 같다. 지금도 현관에 붙어있는 마그넷을 보면 기분이 좋고, 어쩌다 집에 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끔씩 하나도 개씩 깨지거나 망가질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조금 아팠다. 다시 가서 꼭 사 와야지 마음 먹지만, 지금은 가기가 쉽지 않으니 더 마음이 아픈 듯하다. 얼른 예전처럼 자유롭게 하늘길을 어디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일주일을 보냈던 그가 선택한 에어비엔비 집에는 큰 창문을 열면 큰 오렌지 나무가 보였고, 1층에는 식당과 카페가 있었고, 그 양 길에 예쁜 오렌지 나무들이 너무 예뻤다.

오렌지 나무에 달려있는 오렌지들이 엄청 큰 오렌지는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귤보다는 큰 사이즈 정도의 오렌지가 달려있었다.

우리나라에 귤이 있다면, 유럽에서는 오렌지가 참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이었고 이 오렌지 나무가 이렇게 도시에 조화롭게 어울려 있으니 너무 예뻐 보였다. 이 나무로 조경을 조성해 놓은 듯한 도시가 참 좋았다.

제주에 살고 있는 지금 길을 지나갈 때마다 귤나무를 보면 추억이 떠오른다.

피렌체 외각애 최근 별다방이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원래 별다방이 없어 이렇게 다른 유럽 도시에 올 때마다 들려 커피를 마시곤 한다. 다행히 숙소 근처 별다방이 있었고, 우린 피렌체에서 마실 수 없었던 프라푸치노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은 더 예쁜 카페를 가자며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내부가 세라믹으로 되어있고 럭셔리한 분위기가 최고였던 알폰소트레제 호텔 카페를 데리고 갔다. 내가 마신 커피가 맛있다기 보단 여기 공간을 같이 마시고 있는 듯했다. 거기서 마셨던 카푸치노가 생각이 났다. 우리가 간 날은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공간을 전세라도 낸 것처럼 즐길 수 있었다. 공간이 너무 예쁜 곳이었고, 사람들까지도 참 친절했다. 나는 한번 꽂히거나 좋으면 그것만 하는 그것만 먹는 스타일인데, 내가 세비아에서 보낸 첫날 여기를 왔더라면 매일 도장 찍었을 것 같다. 그와 다시 세비아를 놀러 간다면, 이 호텔 카페는 꼭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였다면 느낄 수 없었던 추운 겨울의 따뜻함이 가득했던 세비아의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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