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제주에서 피렌체까지]
# 안녕, 낯선 사람
나는 그 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 셰프 샤우엔이라는 파란 도시에 도착했다.
스머프가 튀어나올 것 같기도 했던 이곳이 참 좋았다.
모로코 전통의상 젤라바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게 곳곳을 둘러보다 하나 장만을 해 입고 돌아다녔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었다. 셰프샤우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기 딱 맞았다. 나 같은 길치에겐 더욱더 어려운 골목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길을 잃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 다른 길을 가면 그 길도 길이니까 말이다. 인생도 꼭 길을 잘 가야지만 목적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끔 길을 잃어도 거기서 배우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목적지로 가기만 하면 되는 거로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길을 잃었지만, 너무 예쁜 장소가 나타났고 혼자 삼각대를 세우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낯선 아저씨가 다가와 여기 너무 예쁘지?라고 영어로 물었다. 나는 응! “너무 예쁜 도시라고 난 여기가 좋아”라고 안 되는 영어를 했고 본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사실 마음속으로 핸드폰을 카메라를 맡겨도 될까? 생각이 들었지만, 내 손을 카메라를 건네고 있었다.
몇 장 찍어주고 나에게 “네가 사진 찍은 집이 우리 집이야!”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최대한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정말? “ ”예쁘다 “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 “우리 집 구경할래?” 하면서 나를 선뜻 초대했다. 나는 거기서 “괜찮아”라고 말을 해야겠지? 어떻게 해야 하지?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손짓에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파란 도시의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너무 의심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었다. 그렇게 낯선 아저씨를 따라 들어간 집은 생각보다 작았고, 평범했고, 부엌부터 찬찬히 구경시켜주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예쁜 창문이었다. 그 위에는 빨간 꽃이 있는 화분이었다. 그 화분을 치우고 사진을 찍고 싶어진 나의 욕심에 아저씨한테 “나 여기서 사진 찍고 싶은데, 저 화분 잠깐 내려줄 수 있어?”라고 말했는데, 흔쾌히 치워주고 사진도 찍어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내가 한국 기념품이라도 갖고 있더라면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 둘이 갑자기 정적이 흘렀고, 급히 나는 이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저씨가 “너 돈 있어?” 물어보았다. 나는 아니 “나는 돈이 없어”라고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너 잔돈 바꿔줄 수 있어?” “난 단위가 큰돈뿐이야”라고 답해버렸다.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겁먹지 않은 척 대화를 했고, 그는 자꾸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정말 주고 싶었는데 단위가 큰 것뿐이라 이걸 다 주기엔 나의 여행에 차질이 생기니 고민이었다. 아저씨에게 내가 내일 만나면 너 꼭 줄게.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아저씨는 나를 골목까지 쫓아와 진짜 없는 게 맞는지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내가 모로코를 다녀와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조심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해줬다. 그 나라는 여자를 중요시 않기 때문에부터 시작됐다. 나도 알고 있다. 모든 여행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너무 마음의 벽을 두고 여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마음이 열려 있어야 누군가 진심으로 다가왔을 때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 현실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마음의 철벽을 치고 여행을 했더라면,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심은 하되 의심을 하지 않고 싶은 내 마음이다. 혼자 여행 중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에겐 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재미없을 테니 가끔 한 번씩 다이내믹하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