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일방통행 의사소통
몇 년 전 몽골 고비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감동을 하고 돌아왔다.
몽골 가이드가 나에게 썸 아닌 썸을 타게 해 준 일부터 시작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때 쏟아지던 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로코로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고, 사하라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다시 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에 별을 또 혼자 보러 왔다.
몇 날 며칠을 그날의 여운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하니 상대가 자랑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땐 내 여행의 느꼈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쉬지 않고 재잘재잘했던 것 같다.
몽골은 꼭 다시 갈 거예요. 그리고 사하라 사막에서 별도 꼭 볼 거예요. 말했던 일이 드디어 내게 왔다. 꼭 다시 쏟아지는 별을 볼 거랬는데 그렇게 별을 보러 모로코로 왔다. 둘이 아닌 혼자 모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마라케시에 도착해서 아랍어로 된 입국서류에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영어도 울렁거리는데 아랍어가 보이니 긴장이 두 배가 되었다. 모로코에서 디르함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공항에서 유심을 사는 것 까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환전을 해서 그 돈을 갖고 다녀야 하니, 불편하고 카드를 만들어 넣으면 사용하기 쉽다는 어느 글을 보게 되어 나도 그 카드를 만들었다. 만드는 것까지는 잘했다고 생각했고, 그 직원이 친절하게 비밀번호는 여기 적혀있으니 사용하면 된다고 카드를 건네주었다. 내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는지는 몰랐다. 그렇게 돈이 들어있는 카드를 쥐고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 광장까지 갔다. 광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넘쳐났고, 알라딘 만화에서 보던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뱀이 춤을 추고 있질 않나, 원숭이들이 사람 머리 위에 올라가 있질 않나, 한참을 넋 놓고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렇게 마라케시의 도착해서 그에게 안부를 남기고 호텔을 서성거렸다. 여기서 만난 동갑 친구와 사하라 사막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그가 없는 외로움을 이 친구가 나타나 다행이었다. 우린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에 여러 투어 회사를 돌아다녔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으로 할까 하다가 우리가 스스로 한번 찾아서 가보자 하고 투어 회사를 찾고 가격을 비교했다. 그렇게 어느 한 회사 투어를 통해 사하라 사막에 가기로 했고, 사하라 가기 위해서는 다음 날 아침 일찍 6시경 픽업을 오기로 했다. 그럼 그때 투어 비를 지불하기로 하고, 나는 카드에 넣어두었던 돈을 찾으러 광장에 있는 ATM 기계에 카드를 넣었다. 먼저 몇 디르함을 뽑을 건지는 잘 눌렀는지 그다음 단계 롤 넘어갔다. 마지막 비밀번호를 누르라고 했다. 그래서 카드를 뒤졌는데 이상한 번호 네 자리가 쓰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번호를 눌렀는데 틀렸다는 것이다. 음...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 쓰여 있다고 했는데... 다시 받았단 종이 설명서와 카드를 들고 한참 보다 다시 카드를 넣었다. 종이에 쓰여 있던 비번을 다시 눌렀더니 또 틀렸고, 나는 멍청한 세계에 빠진 듯이 아~원래 비밀번호 처음 초기화는 0000이었지? 하면서 0000을 눌러 세 번째도 틀리고 말았다. 휴~ 또 틀렸네.. 뭐가 잘못된 건지 친구 만나면 물어봐야지 했는데. 내 카드가 기계에서 나오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그 옆에 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내 카드가 여기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며 몸짓 발짓하면서 말을 했다. 그 경찰이 도와주려고 왔는데 해결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 친구가 왔다. 나보다는 영어를 조금 더 하는 친구가 있으니 안심이 되면서도 나는 너무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밀번호가 세 번 틀리더라도 카드는 돌려주는데, 카드가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옆 환전소에 가서 내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내일 아침 은행이 문을 열면 와서 은행에 이야기해야 카드를 찾을 수 있다고 답해줬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사하라로 떠나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지.. 너무 짜증이 나면서 바보 같은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나도 다음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나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카드 만들어 줬던 곳으로 가서 이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카드는 잃어버렸고, 수수료도 날렸지만, 돈은 찾을 수 있었다. 같이 있던 친구에게 미안해서 저녁을 샀고 다음날 무사히 사하라로 가는 차를 탈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분명히 그 직원은 카드를 뜯고 그 아래 종이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는 거였나 보다. 나는 받은 설명서에 나온 숫자 네 개를 입력했으니 정말 똥 멍청이가 된 순간이었다. 나에게 다행은 사하라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는 것이다. 내가 꿈꿨던 사하라 사막의 별을 볼 수 있으니 괜찮다고 다독였다. 사하라는 가장 큰 사막으로 이 사막을 낙타를 타고 횡단했다. 몽골에서는 평지를 낙타 타고 이동하다 고비사막 앞에서 내려걸어 올라갔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져 올라가는 데 정말 힘들어 고비가 온다고 해서 고비사막이라고 불렸다 했지만, 이곳에서는 낙타를 타고 편히 숙소까지 갔다. 내가 생각했던 사하라 사막은 일몰 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내가 겨울에 가서일까? 해가 짧아서일까? 낙타를 타고 일몰 보며 사막을 횡단해 숙소에 도착하니 어두워져 버렸다. 밤하늘은 빛났고, 그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감탄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다. 내가 갖고 간 카메라 별 사진 찍는 방법을 공부하지 않고 갔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또 바보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다. 옆에 동갑 친구는 고프로로 열심히 별을 찍고 있었다. 나도 한 장 찍어주지 말이다. 하지만 나도 찍어주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남의 여행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 편하지 않은 사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나의 사하라 사막에서의 1박은 사진으로 추억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 추억은 간직되었다. 그 사람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엄청 예쁜 사진을 남겼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니 떠오르는 건 뭐람.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면서 보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아쉬운 맘으로 별을 보고 있으니 저 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렇게 빛나는데 부러워지기도 했다. 내가 너무 빛나고 싶었는지 애쓰고 살아왔나 싶다. 애쓰지 않아도 빛날 별들은 반짝이고 예쁜데 말이다. 모로코에서 여행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인 것 같다. 다음에 그와 함께 별을 본다면 참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