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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유리 Oct 14. 2021

10.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피렌체 살기    

 

진정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말이 진짜인가? 여기저기 한 달 살기가 유행이었다. 한 달 살기 책들도 많이 보였다. 한 달을 살면 진정한 여행이 되는 건가? 그래서 나도 언젠가 한 달 살아봐야지 생각했었다. 나는 볼일이 생겨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재정비했다. 제일 처음으로 통장정리를 했다. 흥청망청 썼던 내 여행경비가 빠져나가고 남은 있는 돈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나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은 그를 만나러 가는 티켓은 예약 완료된 상태였고, 그와 만나기까지 2개월 공백이 생겼다. 나는 다시 간호사로 알바를 시작해서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을 모아 그에게로 떠나게 되었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한국에서 그와는 연락을 매일 일과를 알리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시차가 났지만, 우리는 밤새 통화를 했고, 그러다 잠이 들곤 했다. 그는 자신 있게 피렌체에서 지내보라고 권했고, 나는 예전부터 살아보고 싶었는데 괜찮을까? 아니면 그냥 여행으로 다녀와야 하나를 고민했다. 둘이서 스페인부터 포르투갈까지 여행을 하다 그는 일을 피렌체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했던 모로코 여행이었다. 그렇게 잠시 떨어져 있다 우리는 다시 피렌체에서 또 만났다. 그리고 함께 했다.  처음엔 학생비자를 받고 공부도 하면서 살아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1년 계획을 바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몇 개월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그가 제시한 의견대로 그렇게 피렌체에 몇 개월을 살 게 되었다. 내가 혼자 여행도 다니고, 그와 함께 여행하기도 하다 결국 그가 일하고 있는 피렌체로 다시 와서 자발적 백수로 지내게 되었다. 물론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피렌체에 살면서 느낀 것은 산다는 것은 현실이라는 점이다. 매일매일이 특별한 일이 있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일상이 여행이 된다는 것이었다. 피렌체에 있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지내다 보니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가 아니라 살다 보니 여행 같은 순간도 있더라였다. 이런 생각으로 학국에서도 여행 같은 순간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피렌체에서 살면서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 이것 또한 여행이었다.

나에게 여행이란 일상으로부터 잠시 떠나는 일이었는데, 살고 있다 보니 이 일상을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여행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는 다 마음에 달려있지. 이 이탈리아라는 나라 자체가 내 나라가 아니니 여행으로 생각해야지, 그리고 나는 긴 여행 중이야라고 내가 나한테 답했다.

여행하며 보냈던 느낌과 다르게 하루하루 별일 없이 보낸 적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보다 여유롭고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여행처럼 피렌체에서도 그렇게 여행 중인 것 같았다.

열심히 보낸 날들도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출을 보고, 걷고 또 걷다가 또 일몰을 보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치열하게 보내진 않았다. 걷다 보면 멈춰야 할 때가 나오고, 멈추면 걸어야 할 때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걸음걸이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고, 방향만 맞는다면 나의 속도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대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걷는다면 조금 느릴지라도, 조금 빠를지라도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것 같다. 남들이 정해 놓은 목표를 따라가면서 지냈던 내가 나만의 목표를 정해두고 살아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받은 교육들은 평준화가 중요했다. 중간 그 지점에 나도 따라가야만 남들과 비슷하게 맞춰가며 살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잘하지만, 이런 걸 못하는데... 나의 개인적인 장점만 살려서 살 수 없었다. 물론 많은 학생이 있는데 나에게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도 사실 그게 맞는지 알고 지금까지 살았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언덕 어딘가에 앉아 읽었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 같은 이야기를 동물학교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토끼, 새, 물고기, 다람쥐, 오이 등 수많은 동물이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토끼는 달리기 수업을 넣어야 한다고 했고, 새는 날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고, 다람쥐는 나무에 오르내리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다들 자신의 특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동물들은 이 모든 걸 과목으로 만들고 동물학교 학생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했지만, 다른 그 누구도 토끼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토끼는 날기도 해야 했고, 나무에 오르기 내리기도 해야 했다. 토끼는 날기 수업을 하다 다치고 결국 가장 잘하는 달리기도 A에서 C를 받았고, 날기 노력을 해서인지 D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학교의 교육 현실 같았다. 이렇게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일까를 피렌체에서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렌체에서 살면서 누군가는 그렇게 서른 넘어서 일도 하지 않고 백수로 지내면 불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저 지금 진짜 행복해요. 백수지만 자발적 백수이고, 내가 원했던 유럽살이이고, 살아보고 싶었던 피렌체에서 살기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유럽에 살면서 나는 유럽에 살아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유럽살이에 대해 여기저기 말했고, 내 간호사 후배도 고민하다 피렌체 한달살이를 하러 왔을 정도였다. 이렇게 평범한 나도 누군가를 변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뿌듯하면서 어디선가 보았던, 글귀가 떠 올랐다. 내가 꿈을 이루면 누군가에겐 꿈이 된다.라는 말이다. 나도 어떤 이를 보고 꿈이 생기기도 하고, 그걸 본받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시기 질투보다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해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어릴 때부터 욕심 많은 사람이라 질투도 많아 모든 것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다. 많이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지만, 아직 어딘가에 한운 쿰 쥐고 있는 듯했다. 이런 나에게 욕심부리지 않아도 지금 넌 피렌체에 있고, 보고 싶은 일몰을 운하면 맘껏 볼 수 있다고 위로받고 있었다.

피렌체를 살아보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가끔은 근교를 가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는 정말 간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면서 배운 점 중에 하나는 게으름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휴가를 몇 달씩 받고, 일을 쉰다고 했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했다. 바로 이탈리아였다. 이렇게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현지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다.

게으름을 피우는 날엔 우리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 중 줄리아 로버츠가 모든 것에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데 첫 나라가 이탈리아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탈리아어로 "아트라베시아모"라는 문구가 나온다. 우리 함께 건나가자라는 뜻이었는데, 그와 나는 이 문구를 참 좋아하게 되었다. 힘든 일이 생겨도 같이 이겨내면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은 피렌체에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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