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Orchestral Suite BWV1068 2.Air
1999년 가을, 수학여행, 무리에서 살짝 떨어져 이동 중.
카세트테이프에서 바흐 G선상의 아리아가 나오고 있고 마침 그늘에서 햇볕으로 걸음을 옮기자 눈앞의 장면과 음악의 찬란함이 꼭 같습니다.
이윽고 이어폰이 귀에서 낚아채지고 같은 반 힙합 전사의 불심검문에 플레이리스트가 들통나버리고는, 클래식 듣는, 잘난 척하는 애로 한동안 놀림을 당합니다. 잘난 척이란 말이 속상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현악기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촤악 펼칠 때 함께 푸르게 펼쳐지던 태양빛. 말 그대로 잘난, 근사한 경험이었거든요.
운 좋게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클래식 음악을 들었습니다.
좋은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각이 남지요. 색깔이 되기도, 손에 닿은 감촉이었기도, 언젠가 가 본 곳이 그려지기도, 재미난 상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의 여러 면을 클래식 음악을 통해 다시 발견합니다.
바흐의 아리아가 저에게 <열한 살 수학여행에서의 짧은 산책>이 되었듯, 음악이 내 이야기가 되면 나를 사랑하듯 음악을 사랑하게 됩니다.
천재들이 감각과 역량을 함축하고 정제해 만들어낸 지고한 아름다움이 내가 되는 겁니다. 잘난 척할 만하지 않나요?
내 것이라는 증명 없이도 내 것일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내 안에서 쌓여 갑니다.
이 좋은 걸 모르고 산다면 얼마나 손해일까요, 안다면 삶이 얼마나 더 멋져질까요.
사사로운 이야기로 클래식 음악을 권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는 이미 많기에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나를 찾는 방법을 보여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을 빌려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 모두가 음악을 갖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미 클래식 음악임을 알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하나쯤 품은 당신과 내가 이 도시를 채운다면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어릴 적 통통 뛰며 듣던 바흐 이탈리안 콘체르토부터 바로 오늘도 연습한 슈만의 교향악적 연습곡까지, 지금껏 들은 수많은 클래식 음악 중 특별히 제 것이 된 몇 개의 피아노 음악을 기록하여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