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Piano Sonata No.32 mov.2
2018년 연말에 혼자 뮌헨에 갔다.
독일의 겨울은 처음이었는데 해가 너무 짧아서 놀랐다. 새벽 여덟 시, 저녁 네 시라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봄의 시작은 독일인들에게 축복일 것이었다.
베토벤은 점심에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봄날의 축복 같은 산책이 들린다.
점점 일찍 찾아오고 있는 태양을 반기러 집을 나서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키가 큰 나무들과 함께 바람이 만드는 시원한 노래
잎새로 쏟아지는 햇살
바람에 몸을 누이며 반짝이는 풀
보이지 않는 결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는 꽃대와 끝에 맺힌 고운 색
나무 높은 둥지에서 들려오는 새 생명들의 노랫소리
움직임이 느껴져 바라본 근처 나뭇가지에서 한 발씩 옴짝 대는 산비둘기
연달아 아치를 그리며 내달리는 청설모
얼음 속 멈춰 있던 시간 밖으로 터져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율동적으로 흐르고 있는 냇물
물가에 앉아 흐름에 시선을 고정한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듯하다.
가만히 생각에 잠긴 이를 나도 조용히 따른다.
나란히 앉은 자리에 이윽고 볕이 드리워지고 손을 뻗어 햇살을 잡는 시늉을 한다.
나를 향해 시선을 옮긴 표정 없는 얼굴이 사실은 웃고 있음을 안다.
좋은 날 숲을 거닐며 이 곡을 들으면 베토벤을 따라 산책하는 거 같다.
“선생님, 무슨 생각하세요?”
인류를 등에 업고 무거운 걸음을 딛는 그를
철없이 팔랑거리며 좇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