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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균율 Jul 21. 2018

우주상수와 코페르니쿠스

암흑 에너지의 퍼즐 (3): 자연에 대한 모든 질문이 과학적이지는 않다?

이 3부로 된 시리즈의 첫 글에서 우주 상수의 문제는 그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난제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는 여러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하나 학계 전반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끈 이론 쪽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다 보면, 조금 다른 종류의 대답이 가능해 보입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로 적절해 보여, 그 이야기를 여기에 담기로 합니다.


이론 물리학의 두 거두인 Steven Weinberg와 Leonard Susskind는 각자의 이유로 흔히 "인간 원리"로 번역되는 Anthropic Principle이 우주상수의 퍼즐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주장합니다. 일단 이 용어 자체가 이들이 주장하는 의미와 상반되는 뉘앙스가 있어 많은 오해를 일으켰고, 또한 그 필요조건으로 Susskind가 제안하는 다중우주(multiverse) 역시 언론 등에서 흔히 잘못 해석되어집니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면, "해결"이라기보다는 어떤 질문들은 인과적이고 과학적인 대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해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물론 다중 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아마도 이 관점에 대하여 이론 물리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방식의 "해결"이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일 듯한데, 즉 다중 우주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가 인데, 이 지점에서 초끈이론이 필요해집니다. 초끈 이론에 대하여서는  블랙홀 전쟁 이야기 중에 살짝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는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우주상수에 관한 3부작 중 마지막인데, 역시 2017년 작가의 네이버 열린 연단 강의록에서 발췌하여 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 https://tv.naver.com/v/1942426  


(제목의 그림은 Ursula LeGuin의 유명한 판타지 Earthsea Cycle 세계관에 나오는 지도를 채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한 바다에 교류가 많지 않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관이 다중우주의 비유로서 적합해 보입니다. 출처는 https://pt.slideshare.net이며, Javier Benitez제공입니다)




맥스웰과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전자기 이론과 상대성 이론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이한 의미가 있는데, 이론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실험과 관측이 차지한 비중이 비교적 적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물리적인 현상들보다는, 이를 담는 이론 자체의 수학적 치밀함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맥스웰 방정식의 경우, 이미 앞선 글에서 언급된 대로 1830년대에 대부분의 실험 결과와 이를 설명하는 법칙들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맥스웰이 그 위에 얹은 이 “숟가락”은 전자와 같은 전하가 갑자기 소멸하는 현상이 없다는 가정을 하는 순간, 수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이전까지 이의 중요성을 인지한 학자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또한, 맥스웰 방정식이 항상 옳다는 가정하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특수 상대성 이론이었고, 그 특수 상대성 이론과 배치되는 뉴턴의 만유인력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해서 고안한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었다. 물론 후자의 완성 이후, 당시까지 뉴턴 역학으로 잘 설명되지 않던 수성의 근접 점 이동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하기는 하였으나,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고안되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적지 않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 가장 근원적인 것들을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이 풀고 싶어 하는 문제들 역시 한 세기 전 당시의 그것과 많은 점에서 유사해 보인다.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과 뉴턴 역학의 충돌이었다고 한다면, 현재의 화두는 양자역학과 중력 이론의 충돌이다.


광전효과를 광자의 존재를 통해 설명하여 양자 역학을 사실상 처음으로 구현한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이를 대체할 이론을 찾으려 했다는 이야기는 과학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일화인데, 한편 그 이외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오히려 일반상대성 이론이 어떻게 양자화될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맥스웰 이론과 뉴턴 역학의 충돌이 상대성 이론의 출현을 예고했듯이, 양자역학의 원리들과 일반 상대론이 공존하려면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느 쪽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은 1970년대에 시작되어 일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으나, 지금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양자 역학적으로 담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이 그 새로운 체계가 초끈이론이라는데 공감한다고 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초끈이론이라는 말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초끈이론이 가진 가장 큰 맹점은, 역시 잘 알려져 있듯이 실험적인 검증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이를 비꼬아 “Not Even Wrong”이라는 제목으로 초끈이론을 비판한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도 있을 정도이다. 현재 초끈이론을 지탱하는 버팀목들은, 따라서, 20세기 물리학의 양대 축이 가진 상호 모순을 어떻게 깔끔하게 해결하고 있는가 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의 전자기학에 맥스웰이 추가한 그 중요한 방정식의 경우 패러데이 법칙의 그것과 매우 유사한  모습인데, 그러나 그 효과가 훨씬 작아서 패러데이가 했던 종류의 실험으로는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맥스웰이 항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이론을 완성한 전자기 이론은 단지 이론의 구조적인 필요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고, 나중에 전자기파를 만들고 검출하면서 간접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특수상대성 이론 역시, 맥스웰 방정식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성격이 강하고, 그 이외에는 직접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가 1950년대 소위 소립자 가속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야 직접적인 검증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 역시 가장 직접적인 검증은 2016년 발표된 중력파 검출이라고 할 수 있으니 실로 100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초끈이론의 역할은 150년 전 처음 출현한 맥스웰 방정식이나 1905년의 특수 상대성 이론, 구리고 1915년의 일반 상대성 이론 등과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초끈 이론도 이들과 비슷하게 자연계를 기술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론들의 구조적 필요성에 의하여 고안되고 연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실험적 검증을 논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은 이렇다 할 대안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새로운 체계가 보여주는 구조가 너무나도 심오하고 다양하며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끈이론보다 훨씬 단순상대성이론의 설명만으로도 조금 과도했다고 생각하는 필자가 여기 다시 초끈 이론의 이야기까지 꺼내는 것은 왜 일까? 한 가지 이유는 초끈이론이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세계의 근원을 밝히려는 계속되는 노력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이는 위에서 제기한 우주 상수의 문제에 대한, 조금은 삐딱한 대답을 한 가지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초끈 이론은 하나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물리학적인 그리고 수학적인 패러다임에 가깝다, 상대론이나 양자역학이 그러했듯이. 그리고 초끈 이론이 보여주는 다양한 현상 중 많은 부분이 초끈 이론은 4차원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사실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초끈 이론의 체계 안에 우리 우주를 실현하자면 4차원의 시공간뿐만 아니라, 6차원의 숨겨진 공간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시공간의 모든 지점에 작게 감긴 6차원의 공간이 숨겨져 있는데, 그 크기가 너무 작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들여다볼 수 없어, 하나의 점과 구별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얼마나 많은 종류의 6차원 공간이 4차원 우주를 구현하는데 쓰일 수 있을까? 답은 “어마어마하게 많다”이다. 무한히 많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10의 1000 제곱 가지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불교 경전에서 가장 큰 숫자로 언급되는 “무량수”가 10의 88 제곱이라는데, 이보다 10의 912 제곱 배 더 큰 숫자이다. 이렇게 다양한 10의 1000 제곱 가지의 서로 다른 4차원 우주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초끈 이론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이다.  


움푹 패인 곳마다 섬우주가 하나씩 있고, 그 각각은 서로 다른 6차원 공간과 서로 다른 우주 상수를 가지고 있다.  (출처: www.learner.org)


더구나 이런 수많은 가능성이 서로 완벽히 수학적으로 격리된 것이 아니라 주어진 10차원 우주의 각기 다른 곳에서 어딘가에는 이런 수많은 4차원 우주가 하나씩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여기에도 또다시 중요하게 다가온다. 우주의 서로 다른 부분이 공간적으로 충분히 떨어져 있으면, 즉 빛을 포함한 어떠한 물리적인 연결도 불가능하다면, 서로 관련될 이유가 없고, 서로 완전히 다른 물리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숨겨진 6차원 공간의 의미가 나머지 4차원 시공간 입장에서도 매우 지대하다는 것이 또한 초끈이론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이 공간의 체적은 4차원 시공간에서의 중력의 세기를 정하기도 하고, 그 모양은 4차원 시공간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소립자의 종류를 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지 가능한 4차원 우주의 모습과 이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 6차원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 여러 가지 중 하나가 4차원 우주의 우주상수이다.  


주어진 우주는 하나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통상적인 생각을 버리고 나면,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은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흔히 다중우주(multiverse)라고 부르는 초대형 우주 안에 서로 다른 우주 상수를 가진 일종의 섬과 같은 보통의 우주가 위와 같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초끈 이론의 매우 특이한 주장인데, 이것이 과연 우리의 우주상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매우 유사한 문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구 표면의 온도는 평균 15도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매우 유리한 온도인 듯하다. 특히 액체 상태의 물이 가능하고, 따라서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되는 지구의 생태계를 위하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지구 표면 온도의 분포 (출처:http://www.geologyin.com)


그런데, 이 지구의 온도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태양과의 거리, 그리고 대기의 구성 등등을 이용하여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겠으나, 원래 질문은 말은 왜 하필 지구의 위치와 환경 등이 섭씨 15도가 되도록 만들어졌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인데 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있을 리가 없다. 이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존재하고 그 각각의 행성이 가진 표면 온도는 천차만별일 텐데, 그중 특정한 한 행성의 표면온도가 15도이어야 할 과학적 당위성은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이는 거꾸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 우주에 있는 수많은 행성이 있고, 그중에는 액체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정도의 온도를 가지는 행성이 일부 존재할 것인데, 그런 행성에서는 생태계의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그런 중 하나의 행성에서 우리의 생태계가 출현했다는 관점이다. 어떻게 보면 지구가 무언가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당연히 인류의 입장에서야 특별하고 고맙겠으나, 우주 전체로 보면 실현 가능한 수많은 경우 중 하나에 불과 하는 것일 뿐이다. 그 많은 경우의 수 중 아주 작은 일부에서 생태계가 가능한 것은 그저 확율의 문제이지 절대자가 계획해서도, 과학적인 당위성이 있어서도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지구가 특별한 곳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 원리의 우주적인 확장 판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15도는 특별한 온도이지만, 우주 전체의 입장에서는 우연에 불과한 것이므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가 된 것에 대하여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면, 그 자체가 매우 인류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어떠한 물리적인 성질을, 인류의 생성에 유리한 그러나 철저하게 환경적인 우연으로 '설명'하는 관점에 최근 "Anthropic Principle" 혹은 "인간 원리"라는, 불행히도 잘못된 뉘앙스가 붙어 있는 말을 사용한다. 특히, 이는 수많은 서로 다른 실현 가능성이 그 전제로 있어야 함을 흔히 간과함으로써 많은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


Weinberg와 Susskind가 주장하는"인간 원리"는 코페르니쿠스 원리의 다중우주적인, 즉 multiverse적 확장판이다. (그림출처: Christianity Today)


우주 상수의 문제도, 이와 유사하게 환경적인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다중우주(multiverse)로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론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이유를 한 가지 들 수 있는데, 우주상수의 값이 우리의 그것보다 10배 이상 더 큰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면 된다.  


주어진 우주에서 별과 은하가 만들어지려면 사실 매우 다양한 조건이 필요한데, 알고 보니 우주 상수가 충분히 작아야 만 가능하다고 한다. 우주상수는 공간을 매우 빠르게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물질이 중력에 의하여 서로 모이는 것을 쉽게 방해하고, 따라서 우주 상수가 너무 크면 은하, 그리고 당연히 그 안의 별이나 행성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물리학적으로 없어진다고 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이를 위한 기준이 되는 우주상수의 크기가 대략 우리 우주의 그것보다 10 정도이라고 한다. 즉 우주 상수가 너무 큰 우주에는 은하도, 별도, 행성도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우주 상수에 대한 원래의 질문과 위의 지구 표면 온도에 대한 질문의 유사함이 보일 것이다. 상당히 편리하게 주어진 지구 표면 온도에 대한 의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하려면, 지구가 우주의 유일한 행성이거나 혹은 많지 않은 행성 중 하나이어야 한다. 많지 않은 행성 중에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환경을 가진 행성이 굳이 존재할 이유는 확률적으로 없어 보이므로 무언가 과학적인, 이성적인, 혹은 종교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 십 조의 행성 중 일부가 생태계에 적합한 환경을 가질 수 있음은 자명하니 처음부터 인과적인 대답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밖에 없는 우주의 우주상수가 이렇게 작은 것은 무언가 설명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으나, 초끈이론이 허락하는 수많은 섬우주 중 극히 일부가 이렇게 작은 우주상수를 가지고 태어났고, 이들의 경우에 한하여 은하와 별과 행성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은하와 행성이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태어날 전제 조건이라면, 인류가 사는 섬우주의 우주상수가 왜 이렇게 작은가 하는 질문은 처음부터 과학적인 대답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우주상수 어느 정도 있을 개연성만 있다면, 그리고 이의 확율적 구현을 보장해주는 다중 우주가 현실이라면, 우리 우주의 작은 우주상수에 대한 질문은 지표면의 온도가 왜 이렇게 편리했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태양계에 행성들이 존재하고, 은하 하나하나에 거의 조 단위의 항성이 존재하며, 우리 우주에 보이는 그 은하의 개수 역시 비슷한 숫자임을 감안하면, 지구 표면 온도에 대한 의문은 과학적 대답이 있을 필요가 없음이 자명하다. 관측 가능한 거리내의 행성의 개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의 100 제곱을 넘기지는 않는데, 이에 비하여 초끈이론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섬 우주의 숫자는 실제로 훨씬 더 많다면, 우주상수의 문제 역시 동일한 이유로 과학적인 대답이 필요 없는 환경적인 우연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관점 자체는 초끈이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논리적인 설득력이 있으려면 매우 많은 섬 우주들이 실제로 존재해야 하는데, 초끈이론이 필요한 이유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모습의 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이론체계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러한 전 우주적으로 확장된 코페르니쿠스적 관점이 우주 상수의 퍼즐에 대한 옳은 대답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최소한 초끈이론이 지배하는 우주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섬 우주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금보다는 더 명백하게 그리고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보여야 할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초끈이론이 실제 우리 우주의 근본 물리 법칙을 준다는 확신도 필요하다.  불행히도 아직은 두 가지 모두 매우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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