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에 없던 소나기였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호엔성으로 오르는 푸니쿨라는 점검 기간이었고, 비까지 헤치며 산길을 걸어 오른다 해도 내려올 땐 많이 어두워져 있을 시간이었다.
속상함에 기분까지 흐려졌지만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일단 우비를 챙겨 입고
‘아 몰라. 일단 가.'
우천 등산을 시작한다.
절반도 다가가지 못한 시점에서 역시나 하늘은 급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갑자기 거세지는 폭우에 마침 눈앞에 보이는 굴다리로 피신하며 모험은 중단되었지만, 발걸음을 멈춘 그곳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꽤나 멋지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이미 길을 떠났다면 내게 찾아오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지.
우비 속으로 꽁꽁 숨겨 둔 카메라를
조심히 꺼내 든다.
- Salzburg, Aust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