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린와이 Aug 22. 2021

어떤 하루




 날은  길을 달려야 했다. 그리고 반드시 목표한 시간에 폭포의 동쪽 끝에 도착해야만 했다. 일년  3분의 2 기간이 통제되는 864 도로를 통해서.


덜컹 덜컹 끝없는 오프로드 위에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거칠기로 악명 높은 864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은 겨울이 되기 전 아이슬란드를 찾은 운 좋은 여행자들의 특권이었다.




PC에선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추천합니다.


눈 앞에 느껴지는 감동을 가장 근접하게 담기 위해

얼마나 셔터를 눌렀는지 모른다.


가끔 그 프레임 안에 내가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아끼는 사진을 큰 화면에 띄워보지만,


그 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떠올리려면

차라리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듯 하다.



Road no. 864

- Dettifoss








데티포스를 떠나 낮게 내려앉은 북극의 늦은 오후 빛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 그림 같은 집들이 여유롭게 펼쳐진 작은 시골마을의 어느 가정집 문을 노크한다.


반갑게 나를 맞이한 건,

푸근한 인상의 '올라푸' 아저씨와 잘생긴 리트리버.

간단히 짐을 풀고 따뜻한 커피를 나눈다.


어느새 저녁시간.

올라푸 아저씨는 멀리 동양에서 날아온 낯선 여행자에게 기꺼이 주방을 내어 주곤, 잘생긴 리트리버와 함께 잔디가 깔린 앞마당으로 나간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나는 잠시 집주인이 되어 낮에 준비한 것들을 들고 아이슬란딕 주방에   저녁을 준비한다.


잊었던 재료를 챙기러 잠시  방으로 들어왔을 때,

창밖을 통해 들어오는 저녁 빛의 고운 입자가 방안 가득 부서지며 퍼지고 있었다.


팬 위에서 급하게 익어가는 소세지를 기억했지만,

이 순간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PC에선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추천합니다.




노란빛의 침실

- Myvatn, Reykjahlíð









그날 밤.

두어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좁은 방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알람을 끄고

주섬 주섬 방한복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온몸을 휘감는 北國의 한기.

인적도 가로등도 없는 도로 위로 차를 몰아 용암지대인 'Hveir'로 향한다.







적막한 벌판 위에 나 홀로.

이따금 고요함을 깨는 유황가스 소리.


'치익- 칙-'


흥분과 설레임.

무리한 일정으로 종일 부서질 것 같던 몸에서는 다시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끈질긴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그저 매일 밤 완벽히 준비된 채로 기다릴 뿐,

선택은 내 몫이 아니다.


몇 번이나 시계를 봤을까.

서쪽하늘에서부터 옅은 푸른빛이 춤을 추듯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마법처럼 밤하늘에 뿌려지는 오로라.


우주가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황홀경 아래

잠시 동안 혼이 빠진 채 지구 밖 세상을 여행한다.




PC에선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추천합니다.




PC에선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추천합니다.




北國의 빛

- Hverir, Reykjahlíð






이전 09화 약속의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