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acay
세 번째 둥근 달이 뜨는 밤 내게 말했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만나는 곳에 가고 싶어.'
번잡한 유흥에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바다와 해변에 집중할 수 있는 곳.
그래. 보라카이로 가자.
널 알기 이전 내가 만났던 세상을
전부 다 보여주고 싶었고,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내 모든 기억과 추억의 첫 순간부터 다시 너와 함께이길 바랐기에,
새로운 '추억'은 낡은 '기억'을 밀어내고
마침표가 찍혀 버린 관계의 빈 공간을
미래를 꿈꾸는 인연으로 채워가며
스테이션 1,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를 걷는다.
내 인생의 지난 어느 한 토막에 단시간 나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던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내게 했던 그 잔인한 말과 행동이 모질게 심장을 후벼 파던 ‘그날 밤’과는 전혀 다른, 오늘의 보라카이.
이곳의 온도와 바람과 태양과 바다 내음.
눈과 피부에 느껴지는 모든 색이 다르게 느껴져.
내 삶이 여행이라면,
너는 바다.
그중에서도 보라카이.
다행히 그 순간은 추억이고,
이건 기록이야.
우린 그저,
지금 이렇게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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