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문장들
<그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해서, 허연작가가 어떤 문장을 읽었는지, 어떤 문장이 저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지, 얼마나 좋았길래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는지 궁금했다. 저자의 말 중 '나는 책을 통해 내 자신을 이해했고, 책을 통해 사랑을 했고, 책을 통해 초월을 경험했고, 책을 통해 밥을 먹었다. 책은 내게 계시였으며 친구였고, 또 무기였다.' 를 읽고 나는 기대했다. 어떤 책이 작가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는지 말이다.
내 기대와는 달랐다. 좋은 문장을 소개하기보다는 작가 소개에 가까웠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가. 작가에 대한 이력 위주로 사실과 정보 전달이 대부분이었다. 작가가 이런 시대와 상황에서 살아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알려주고 있다. 읽고 또 읽을 만큼 '그 문장'이 좋았으면, 왜 좋았는지 말을 해줘야 공감이 갈 텐데, 그냥 문장만 툭 던져두고, 저 문장 좋으니까 알아서 느껴보라는 식이었다. 도대체 왜 이문장을 왜 읽고 또 읽었을까 하는 물음표가 생기는 챕터가 많았다. 저자의 삶과 감정을 '그 문장'과 엮어서 풀어냈으면, 책 제목에서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 모든 책에 바치는 헌사' 라기 보다는 '작가에게 보내는 헌사' 라고 책을 소개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읽고 또 읽은 문장이 떠오르고, 소개하고 싶어진다. 나는 이분이 글만 보면 눈물부터 흐른다. 바로 아빠의 글이다. 그는 따듯하고 사랑 가득한 사람이다.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다.
‘서로의 사고방식이 다를 수 있고,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원히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 보듬어 주는 것은 가족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엄마, 은이, 윤이와 함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다.’
그는 정말 가족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희생했다. 지독할 만큼 순수하게 마음을 퍼주었다. 유일한 가장인 그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하고, 조금 일찍 퇴근하거나, 쉬는 날에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로 데려다 주고, 퇴근 시간이 맞으면 꼭 데리러 왔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그의 종아리는 하지정맥류로 파란 핏줄이 올라왔지만, 나는 그런 그를 위해서 안마 한번 제대로 해준 적도 없다. 가끔 얼굴에 팩 한번 붙여주고, 생색이란 온갖 생색을 다 냈다. 친구랑 놀고 싶고 쇼핑하고 싶어서 그의 지갑만 노릴 뿐. 그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너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 아빠가 윤이한테 해주지 못한 것들, 지금도 앞으로도 해줄 수 없는 것들도 있을 테니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남은 10년 동안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빠는 윤이를 위해서 노력하겠다.’ 내가 해야 할 말을 그가 한다.
지난해 아빠에게 편지 두 통을 받았다. 나쁜 딸은 답장 한번 하지 않았다. 이제 다시는 아빠에게 편지를 받을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답장을 해야겠다.
아빠, 나한테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 지금처럼 나보면 환하게 웃어주고, 밥 먹고, 잘 자고, 왼손으로 내 손만 꼭 잡아 줘. 아빠가 ‘아주 많이 우주보다 더 넓고 깊게 사랑하고 있고, 영원히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했지. 그 마음이면 나는 충분해. 나는 아빠가 나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