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에세이 우수상

by 비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하는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전>이 있습니다. 저는 21년도 마감직전에 이 사실을 알고 서둘러 도전했는데 감사하게도 우수상으로 뽑아주셨습니다. 이듬해 이 수상을 계기로 KBS 건강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만성질환에 대한 경각심 고취, 좋은 제도인데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정부의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 홍보에 소소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간혹 국가건강검진을 불필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애 최초 내시경 검진을 계기로 만성질환을 발견했고, 가까운 분 중에 위 내시경으로 위암초기를 진단받고 결국 완치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건강검진도 고마운 국가사업입니다. 미흡한 점은 있을지라도 국가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은 각자 챙겨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의료재정도 심각하고 강조하지만 건강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아래는 해당에세이입니다.





건강검진, 나비효과의 첫걸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마존 밀림 속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머나먼 미국에 토네이도라는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듯, 아주 사소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향후 상상도 못 했던 거대한 결과로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수년 전에 받았던 국가건강검진 내시경은 저에게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계기였습니다.

2019년, 2년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내주는 국가건강검진 안내우편물을 여느 때처럼 받았습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한번 훑어보고 넘겼습니다. 일도 바쁘고 자신이 대체로 건강하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번거롭게 내시경 및 일반건강검진을 위해 시간 내서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버렸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의 신분이어서 이전까지 피검사 한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지만 딱히 병원 신세를 질만큼 심각하게 아픈 적도 없었기에 내심 건강검진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버지가 위암 초기이셨던 가족력이 있어서 2019년 자신에게 해당되는 위내시경을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받아볼까 정도로만 여기고 잊어버렸습니다. 그 해 연말, 바쁜 일도 정리되고 여유가 생길 무렵 그동안의 일정 때문에 피로가 쌓였는지 몸이 자꾸 나른하고 피곤이 쏟아졌습니다.


문득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 우편물이 떠올랐고 관리차원에서 위내시경이나 받아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난생처음 동네 개인병원에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위내시경 결과는 별 이상 없었지만 그동안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않은 것에 대해 의사 선생님의 충고를 듣고 이왕 하는 김에 대장내시경과 복부초음파도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오른쪽 복부 윗부분이 결릴 때가 있을 뿐 위내시경처럼 큰 이상은 없을 거라고 막연히 위안하며 대장내시경을 받았는데 결과는 전혀 예상밖이었습니다. 결리던 오른쪽 복부 윗부분에서 선종이 발견되었고 조직검사 결과, 향후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종류였습니다.


뜻밖의 결과에 크게 놀랐지만 다행히 의사 선생님의 노련한 시술로 잘 해결되었습니다. 건강검진대상이었던 위내시경이나 한번 해 볼까 싶었던 마음이 대장내시경으로 이어져서 다행히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복부초음파를 진행했고 사실 이때만 해도 대장 선종으로 너무 놀랐던 터라 이제는 진짜 더 이상 별일 없겠지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나쁜 일은 연속으로 일어난다더니 이번엔 지방간이 꽤 심하다는 결과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얼마나 건강관리를 안 하고 살아왔는지 이때부터 슬슬 반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생활습관을 고치고 운동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지방간의 상태를 보시고 피검사를 해보자고 하셨고 저 역시 그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무렵 피곤이 부쩍 심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갈증이 심해서 물을 자주 마시곤 했던 터라 은근히 이 또한 큰 병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대장 선종에 이어 지방간 진단을 받고 나니 만에 하나 암이라도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번에야말로 별일 없겠지라고 믿으며 피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막연한 희망과 달리 결과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것이었습니다. 진단결과는 당뇨,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었습니다. 산 넘어 산 같은 검진결과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당뇨에 이상지질혈증이라니 그런 만성질환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나 찾아오는 나완 무관한 병명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더군다나 평생 관리와 약 복용이라는 무거운 전제를 갖고 있는 게 만성질환인데 도저히 믿고 싶지도 믿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왜 갑자기 이유없이 피곤하고 갈증이 났는지 이해됐습니다. 모두 만성질환의 증세였습니다.


2020년 봄, 그렇게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고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불규칙했던 생활습관을 고치고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치의선생님의 조언을 따르고 약을 복용하며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현역의사분들과 만성질환자분들의 동영상을 보며 질환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외국에선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는 당뇨약을 한국에선 국가가 급여로 지원해 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성질환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참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도 절감했습니다. 오래전, 당뇨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는 환자분을 우연히 본 적 있는데 그때만 해도 남의 일로만 여겼던 당뇨가 언제든 자신의 일이 될 수 있으며 그 합병증이야말로 얼마나 삶의 질을 한없이 떨어뜨리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두렵기도 하고 자기 관리를 못 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웠지만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되는 다급한 상황이어서 모든 일정과 모임을 중지하고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때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한창 퍼져나가던 시기였던지라 헬스센터나 수영장도 다닐 수 없어서 인적이 드문 시간에 동네 공원에서 만보 걷기, 자전거 타기 등으로 생활운동을 유지해 나갔습니다. 물론 탄수화물 및 식습관 조절이 까다로운 질환인만큼 여러 면에서 주의할 점도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마음껏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싶다는 충동이 들 때면 참기 힘들 정도여서 자신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평생 이런 식으로 하루 24시간을 참고 관리하며 생활해야 한다니 마치 출구없는 방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만성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걸리는 게 아니라 생활습관병이어서 최소 10년 전부터 전조 증세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후회스러웠던 게 하나 있습니다.


“왜 진즉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꾸준히 건강검진 중 최소한 일반검진만 받았더라도 피검사를 통해 만성질환 치료에 소비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절약하고 뒤늦은 후회를 막을 수 있었을텐대 말입니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고 더 악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적으로 맞추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약을 복용하면 호전되는 일반 질환과 달리 만성질환은 약 복용 외에 생활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는 그런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동시에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주변의 인식과 이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성질환이 상당 부분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젊은 나이에 왜 벌써 그런 병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어야 만성질환자들이 더 솔직히 당뇨 커밍아웃을 하고 주위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년 현재 한국의 당뇨 인구는 1000만 시대라고 합니다. 설상가상 과거 중장년이상의 질환으로 인식되었던 것과 달리 점차 젊은 당뇨인구가 증가하고, 머지않아 한국 성인인구 3명 중 1명이 당뇨인이 될 거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큰 문제는 잠재적 당뇨인구인데 당뇨 전단계에 해당하는 이분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합니다. 심각한 건 이분들은 자신이 당뇨예비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과거의 저처럼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암 검진이라는 주요 검사 외에 혈액검사와 콜레스테롤 등을 담당하는 일반건강검진을 하지 않았으니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는 것이죠.


암이라는 중대질환도 삶을 파괴시키지만 직접 겪어 보니 만성질환 역시 크고 작은 합병증을 유발하며 삶의 질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만성질환은 얼마든지 관리를 통해 진단 이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식사관리, 이전에는 게을리했던 운동 등을 통해서 더 건강한 삶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면 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입니다. 사비를 들여서 관리할 수도 있지만 국가에서 해 주는 무료건강검진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 심뇌혈관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 만 20세 이상부터 일반건강검진 대상이라고 하니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그룹은 심뇌혈관계 질환 사망률을 42%까지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더욱 좋은 점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여러 검진혜택을 주는 <1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입니다. 이는 동네의원에서 고혈압, 당뇨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사업인데 주치의선생님이 이 서비스에 등록해 주셔서 저 역시 연 4회 당화혈색소 검사, 지질검사 등 여러 검사를 무료로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만성질환 진단 이전보다 현재 제 건강상태는 훨씬 더 좋아졌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간혹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그때 위내시경 건강검진마저 안 받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주치의선생님이 피검사를 권하지 않으셨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내시경 국가검진이 만성질환이라는 결과를 알게 해 줬으니 건강검진은 마치 나비효과의 첫걸음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현재 저의 건강상태를 이전보다 훨씬 더 양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작은 시도가 평생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모든 분들이 그 첫걸음을 내딛으시길 적극 추천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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