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여인의 사랑노래 _ 티라미스

<절대미각 식탐정>

by 비콘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것의 생명을 얻는거야. 자기 몸을 통해 그것의 생명을 이어가는 거지.”

- <절대미각 식탐정> 中


테라사와 다이스케, 학산문화사

<미스터 초밥왕> 만화로도 유명한 테라사와 다이스케(寺沢大介)의 <절대미각 식탐정(食探偵)>은 위대(胃大 O, 偉大 X)한 탐정에 관한 만화입니다. 주인공 다카노(高野)는 살인현장의 음식까지 태연히 먹어치우는 어처구니없는 먹보. 덕분에 탐정에 식(食)이라는 글자를 붙인 ‘식탐정’으로 통합니다.

못 말리는 그에겐 독특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뛰어난 미각과 후각을 발휘하는 추리능력! 매회 에피소드에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1권 첫 에피소드는 어느 늙은 여인의 사랑이야기입니다.

고급주택가의 나이많은 대부호 오오하시의 젊은 아내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현장에 도착한 다카노는 뻔뻔스럽게 피해자의 냉장고를 뒤지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진수성찬들을 끄집어냅니다. 감칠맛나는 크림수프, 달콤한 사과소스에 조린 새우, 그윽한 레드와인에 재워서 잘 구워낸 쇠고기 안심. 후식은 사르르 녹아드는 티라미스.

이처럼 오오하시의 평소 식단은 당뇨인이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중후하고 탐미적입니다. 미모의 젊은 아내는 식탐많은 남편의 입을 즐겁게 하고자 매일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맛은 뛰어나지만 죄다 고칼로리에 고콜레스테롤 메뉴들을요.


식탐정 다카노는 피해자의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들을 게걸스레 먹어치우며 감탄을 연발합니다. 그런데 딱 하나, 디저트 티라미스는 어딘가 맛이 달랐습니다. 범상치 않은 그의 혀는 멈칫하고 피해자가 만든 음식과 티라미스가 왜 다른 지 이상할뿐입니다. 흔히 티라미스의 주재료로 쓰이는 유지방률 높고 찐한 마스카르포네 치즈의 맛이 아니었으니까요. 알고 보니 그 티라미스는 칼로리가 가장 낮다는 리코타 치즈의 맛이었습니다. 다카노는 이 생소한 티라미스를 만들어낸 이를 찾아내는데 바로 동네케이크가게 여주인 카요였습니다. 그녀는 입에서 살살 녹는 수십 가지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인기디저트샵 운영자였고 문제의 티라미스도 단골 오오하시의 주문이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맛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생각대로 오오하시의 디저트를 만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젊은 시절 오오하시와 카요는 연인사이였습니다. 짧은 순간이었고 그들은 헤어졌으며 수십 년이 흐르고 둘은 한동네 주민으로 재회했습니다. 그러나 부유한 옛 남자는 미모의 젊은 여자와 결혼해 버렸고 나이 든 카요는 동네가게의 주인일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카요는 그의 젊은 아내가 실은 만성질환이 심각한 남편에게 의도적으로 심근경색을 유발할 요리를 먹여왔다는 진실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젊은 내연남과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무서운 진실마저 목격하고 맙니다. 그리고 카요는 기꺼이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원래 티라미스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에서 만드는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생크림을 섞어서 만든답니다. 둘을 잘 혼합하고 에스프레소에 적신 촉촉한 비스킷과 번갈아 틀에 부어 냉장고에서 식힙니다. 마무리로 코코아가루를 듬뿍 뿌려주면 세상 달달한 티라미스 완성!

문제는 입안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터질만큼 맛있지만 대신 유지방 90% 넘는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생크림의 콜라보는 혈관건강에 치명적입니다. 매일 먹는다면 심혈관질환으로 수명이 단축되겠죠.


왜 맛있는 건 다 혈관건강에 치명적인지!


그렇지만 식탐쟁이 오오하시는 번번이 솜씨 좋은 카요에게 달콤한 디저트를 주문해서 먹어치우곤 했습니다. 대신 카요는 몰래 마스카르포네 대신 저열량 리코타 치즈를 사용해 왔습니다. 다카노가 이질감을 느낀 티라미스는 그런 이유로 여느 묵직한 맛이 아니었던 거죠. 사악한 음모를 가진 젊은 아내의 음식들 속에서 카요의 저열량 티라미스만 따뜻하고 밝게 빛났다고 하네요. 당뇨를 앓는 그의 혈관건강을 위한 어느 늙은 여인의 애정표현법일까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대를 배려해주고 싶은 마음. 직접 만든 음식은 건강이자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


그러나 젊은 다카노는 카요의 살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나를 잊어버리고 젊은 여자와 잘 사는 옛 연인을 위해 굳이 살인까지? 그녀의 대답은 이랬답니다.


“젊은이, 나는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오.”


사랑이 뭐길래...ㅠ


입만 즐거운 달콤함이 아니라 사랑했던(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배려한 디저트. 상대의 몸에 끼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한 음식. 그것이 사랑. 비록 이젠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잡혀가는 카요를 만나러 무거운 몸으로 뛰어오는 오오하시에게 카요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적게 먹고 살을 빼라고요. 건강히 잘 지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이 또한 사랑의 잔소리.

치즈는 칼슘 및 기타 영양소도 많고 맛있는 식재료이지만 고열량에 포화지방이 많아서 의사들이 추천하는 음식은 아닙니다. 당뇨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에도 좋지 않고 혈관에도 좋을 건 없답니다. 혈관에 좋을 거 없으니 결국 혈압건강에도 좋지않겠죠. 시중엔 합성치즈라는 기묘한 가짜도 많은지라 자연치즈 함량이 높은 진짜 치즈를 적당히 드시는 게 우리의 소중한 혈관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티라미스_ 픽사베이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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