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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Mar 30. 2024

3.근데 그걸 왜 나한테 사야하냐고

차별화

오일파스텔이 폭풍이라는 건 완전히 알았다.

도 알고 옆집 삼촌도 알고 물감 파는 사장님도 다 알아서 이미 상품수가 (지금은) 7만개다! (2020년에는 이 것보다 적긴했다.)

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판매처들마다 후기도 그득 그득 하다. 여기서 내가 똑같은 제품 하나 더 얹는다고 얼마나 팔릴까. 생각하니 어깨에 힘이 빠진다.


혹시 좋은 방법 없을까 하며 판매 페이지들을 살펴본다. 우선  하나씩 클릭하기 전부터 느껴지는 건 오일파스텔의 종류였다. 펜텔도 있고 까렌다쉬도 있고 문교도 있고. 이 브랜드들은 어떻게 다른거지? 데이터랩에서 비교해보니 그 중 단연 돋보이는 1등템은 문교였다. 검색량이 말도 못하게 높았다.


문교오일파스텔 역시 판매처가 무지막지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위해 네이버 제일 첫 번째에 있는 판매링크부터 하나 하나씩 클릭해서 상세페이지와 리뷰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든 상세페이지가 비슷비슷하다. 같은 곳에서 찍어낸 듯 어딜 들어가나 대표 이미지와 옵션 설명 뿐. 제품을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판매처는 극히 드물었다. 그게 궁금한 건 나뿐인가..?


(왼) 기존의 상세페이지 (오) 직접 촬영하고 제품을 소개한 상세페이지


일단 다 똑같은 제품이려니 생각하고 나도 하나쯤 사서 사용해봐야하겠다 마음먹고 최저가를 찾으려다 또 다시 어려움에 봉착한다.


일단 문교 오일파스텔은 종류가 꽤나 다양하다.

48색, 72색 이렇게 색으로 나뉘고 MOPV, MOP라고 적혀있는 것들이 생김새가 조금씩 달랐다.

MOPV랑 MOP랑 어떻게 다른거지..?

소프트 오일파스텔이랑 그냥 오일파스텔이 뭐가 다른데 더 싼거지..?

파스텔 사이즈가 나와있긴한데 용량이 얼마나 되는거지, 얼마나 그릴 수 있는거지,

오일이 들어가서 부드럽게 그려진다는 건 알겠는데 색을 칠하면 어떤 느낌인건지,

물론 유튜브를 보면 자세히 나와있지만 내가 유튜브에서 본거랑 이거랑 똑같은 게 맞는건지 못 믿겠는데,

몇 개 판매 페이지를 돌아다녀봐도 제대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게 없다.

그런데 나름 전공자라는 사람이 봐도 이게 뭔지 아리송하다.

그럼 처음 오일파스텔을 사려는 사람은 더 헷갈리지 않을까?


의자를 뒤로 젖히고 생각해본다. 내가 그림을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이고, 유튜브에서 금손 크리에이터가 그린

하늘, 꽃, 풍경 그림이 예뻐서 따라 그려보고 싶은 1인이라면, 저사람이 쓰는 물건들을 같이 구매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릴 때는 특히 오일파스텔처럼 뭉툭한 재질로 그리려면 찰필도 필요하고

테두리에 자국이 남지 않게 종이 테이프도 필요한데. 얇지 않은 드로잉용 종이도 당연히 필요하고.

그런데 이런 재료들은 구매할 때 같이 보이지 않으면 필요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제품을 받아서 책상 위에 앉아 그리려고 하면, 비로소 필요하게 되는 것들. 그런 건 같이 안파나.


이게 내 생각만인지, 정말 고객들도 그런 불편을 느끼는 지 알고 싶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월 2-300건정도는 '오일파스텔 찰필'을 검색하고 있었고 '오일파스텔 종이' 검색어는 그보다 높았다. 두 가지 제품을 같이 생각하는데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없거나 적다는 건 기회 아닌가?



후기를 보면서 발견한 또 하나는 고객님들이 오일파스텔을 구매하면 A4용지에 파스텔 넘버와 함께 파스텔을 조금씩 색칠해서 색상표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72색을 구매하면 숫자와 이름을 72번 써야하는데 그거 너무.. 귀찮지 않나? 좀 도톰한 종이에 출력하면 2-300원이면 되는데 그거 그냥 내가 드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종이에 적어가다보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건 맞지만, 비집고 들어가서 구매자의 입장으로 몇 시간 헤메다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불편한 점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감을 얻게해 준 질문을 요약해보자면 이렇게 된다.




(불편을 개선하기)

1. 타 판매처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제품에 대한 불편 요소가 있나? (내가 개선할 수 있는 한도에서)

예) 사이즈가 작다거나, 발림성이 안 좋다거나


2. 고객입장에서 구매 시 불편감이 느껴지는 요소가 있나?

예) 옵션에 모델명만 써있어서 그게 뭔지 이름만보면 모르겠다거나, 죄다 해외배송이라 너무 오래 걸린다거나, 고객센터 번호가 없거나 연결이 안되어 Q&A가 안된다거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3. 같이 사면 훨씬 편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나?

예)배송비가 아껴진다거나,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거나


4. 즉각적인 구매전환을 이끌어 낼 사은품이 있나?

예)짜장면+군만두까지는 아니어도 짬뽕국물정도 되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고객이 같이 쓰면 편리한.


장황하게 적었지만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불편 요소는

'유튜브에서 본 그 크리에이터처럼 그리려면 이거 사면 되는 게 맞냐고'에 O/X가 안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상세페이지에 그 내용을 잘 녹이기로 했다.

이 파스텔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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