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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힘을 내지 않으면 좋겠어

당신의 내일은 힘 내지 않아도 좋은 날이기를

by 김버금



열여덟 번째 마음,

충분하다


습관처럼 묻는 인삿말들이 있다. 오랜만이야, 어떻게 지냈어? 반가워, 잘 지냈지? 반갑게 인사하며 잘 지냈느냐고 묻는 고마운 사람에게, 나는 그 동안이 어떠했든 언제나 잘 지냈던 사람이 되곤 한다. 응, 그럼. 나는 잘 지냈어. 안부를 물었던 시간이 몇 달, 혹은 몇 년으로 길어질수록 전할 수 있는 말에는 습관적인 인사들이 남는다. 사실 나는 잘 지내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서로의 시간이 오래 엇갈린 탓이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다. 안녕했던 소식보다 안녕하지 않았던 소식들을 나누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 끝에 그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 힘 내, 다 잘 될거야, 라고 말하려다 차라리 삼키는 것을 택했다. 힘을 내는 사람은 어쩐지 계속 힘을 내야만 하는 삶을 산다. 뜻 없는 나의 습관적인 인사로 또다시 그가 힘을 내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말했다. 나는 네가 힘을 내지 않으면 좋겠어. 그 이상한 말에 고맙게도 친구는 고맙다는 답을 해주었다. 당신의 내일은 힘 내지 않아도 좋은 날이기를. 당신의 내일은 힘 내지 않아도 충분하기를. 힘든 사람에게 힘 내라는 인삿말 대신 정 반대의 말을 해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날이 있었다. 내일은 당신이 힘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충분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 매일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 말글 ⓒ your_dictionary_

* 그리고 사진 ⓒ waft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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