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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Mar 25. 2024

친절

내 안의 감정 읽기

누구보다도 친절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사랑 넘치고 인자하게 웃어주는 그런 엄마가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의 나는 아이들에게 거의 반 협박성 멘트가 자주 나온다.

밥 안 먹으면 간식 못 먹어.

이것만 보고 끈다는 약속 안 지키면 내일은 못 볼 줄 알아.

핸드폰 이제 그만하지 않으면 내일 못하게 할 거야.

이러한 협박성 멘트들.

둘째가 이런 말하는 나를 보고 어린이집 다녀와서 물은 적이 있다.

"엄만 왜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아?"

그 말에 뜨끔. 친절하게 말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또 도루묵이 되고야 만다.

친절하다는 건 뭘까.

나 역시 가족 외에 외부 사람들을 만날 때면 아주 친절하고 성격 좋다는 소릴 듣는 편이다.

근데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들한테는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가족들에게도 주위 친구나 선후배한테 대하듯이만 대해도 별로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의문스러웠다.

가족에겐 왜 친절하지 못하고 내 깊은 본모습이 나오는 걸까?

아니 가족 외 사람들에게 친절한 내 모습이 본모습일까? 아이나 남편에게 까칠하게 말하는 게 내 본모습일까? 이것부터 종잡을 수가 없다.

물론 편하게 집에서 말하는 게 내 본디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습이 다 꾸민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걸까? 그때 내 감정이나 생각을 꾸며서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전혀 아닌데 말이다.


친절한 (사람)은 될 수 있지만

친절한 (엄마)

친절한 (아내)

가 되긴 어려운 걸까? 왜?

하루하루 일상을 사는 일은 일회성의 이벤트 같은 만남과는 다른 일이다. 하루하루 일상은 사실 반복적이고 재미가 없다. 아침에 아이들 깨우고, 남편을 보내고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 보내고 나면 그제야 한숨 돌릴 시간이 난다. 자유 시간에 글을 쓰고 점심을 챙겨 먹고 집안일을 하고 둘째 아이 하원을 하고 나면 저녁준비를 한다. 남편과 첫째 아이가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씻기고 재우고. 반복적인 일상들.

어쩌면 나는 그 일상 속에서 자주 부딪히는 일들에 대한 무게로 그것들을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작정하고 만난 약속에는 그저 즐거움과 반가움이 존재하지만 매일매일을 함께하는 건 그저 '일상' 이니까.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일상을 함께 보내는 이들에게 가장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일상이 버겁지 않고 기쁘게 다가오는 것 아니겠나.

내 일상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좀 더 친절해야겠다. 다짐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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