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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pr 03. 2024

버릇: 나 스스로를 의심하는

감정 읽기

서른이 넘어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글을 쓰는 일.

끄적이다 한 장짜리 소설을 겨우 쓰던 내가 소설 수업을 듣고 연재를 하면서 몇백 장짜리 소설을 쓰는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뭐 퀄리티를 따지지 않고 써놓은 분량으로만 따진다면 나는 이미 충분한 기성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을 토해내는 도구로 썼던 에세이를 쓰던 나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글쓰기 모임을 조직해서 함께 글을 쓰고 지역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사업을 통해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함께 2권의 책도 출간했다.

전국책사랑주부수필 대회에서 가작을,  좋은 생각 생활문예대상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글은 이제 내 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되었는데 최근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것인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너무 이상과 꿈만 좇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써도 되는 걸까?

재능이 없는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들.


화력을 끌어올려 불타오르다가도 이런 불안한 질문과 자기 검열이 찬물을 쏵 끼얹어 버린다. 스스로.


너무 고민이 되어 카페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수익이 얼마 나지 않는 데다 남편의 외벌이, 커가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들을 늘어놓자 날 선 댓글들이 달렸다.

남편이 고생하는데 너무 이기적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취업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그 정도 수익을 못 냈으면 정신 차려야 하지 않나 하는 댓글들.

물론 나를 응원해 주는 따뜻한 댓글들도 있었고 비슷한 입장에서 진지하게 해 준 고민 들이었겠지만 뼈아픈 조언들을 보며 나는 또 좌절감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그들에게 내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길 수차례.


나는 결국 그 게시물을 지웠다.

원래는 가장 인상적인 댓글이 있어 지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들어가서 볼 때마다 상처받고 변명하고 싶은 나를 확인하자마자 지워버렸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내가 물어본 것이면서 나는 상처받고 있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를 믿지 못하는 나의 고민은 깊어졌고 우울감이 들었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는 생각들이 밀려오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었다.


어린 날부터, 여전히 그랬다.

무언가를 도전할 때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꼭 의심하고 만다. 그러면 힘이 빠지지 못하고 핑계 댈 구멍을 찾는다. 어차피 안 될 것이었다고 지레 포기하고 마는 버릇.

다른 사람들도 다 내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마음에 나는 움츠러들었고 더욱 자신감이 없어졌다.

상대방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한심하게 생각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애정을 갈구하는 버릇.

그게 또 나의 발목을 잡아 넘어트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주변 지인들을 만나고 남편이 해준 말을 생각하면서 깨달았다.


왜 나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하고 있지?

남편은 1년만 더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하고 싶은 꿈을 이뤄보라고 외벌이라 힘들 텐데도 응원해 주었다.

지인들도 말했다. 이제까지도 잘했는데 왜 그렇게 의심하냐고.


그래. 내가 아무 이룬 것 없이 논 것은 아니고 분명 배운 것은 있었다.

이제 궤도에 오르려 하다 보니 욕심이 났고 과도한 욕심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고 내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비난들을 받고 그래.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 라며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의 말은 믿지 않고.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남편이 그렇게 지지해 주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는 이제 왔던 길을 돌아보기보단 나아갈 길을 어떻게 가야할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때때로 나를 의심하는 이 버릇은 계속 내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자존감이 팍 하고 올라가 사람이 360도 변하는 건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버릇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안다.

어디서고 나는 어쨌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나를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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