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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Oct 11. 2021

시험 끝난 딸과의 데이트!

세로토닌을 허하라.

시험 치를 때 머릿속은 어떨까?


  큰딸이 중간고사를 끝낸 뒤였습니다. 요즘 고등학교 시험은 한순간 한순간이 수능을 치르듯 학생들이 긴장합니다. 실제로 수시 교과전형에는 내신성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시험을 치르는 내내 큰딸에게는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했죠. 

  “딸! 내일은 아빠랑 데이트 어때?”

  “좋아, 어디 갈 건데?”

  “너 좋아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지.”


  큰딸과의 둘 만의 데이트. 둘째한테는 언니 스트레스 풀어줘야 한다고, 안 그러면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지 모른다고 말해줬죠. 그리고 둘째한테도 말해줬습니다. 너도 시험 끝나면 아빠랑 데이트야라고 말이죠. 늘 더 많이 챙겨주는 엄마 대신 아빠가 나서주자 큰딸도 반기는 듯 했습니다. 


  경쟁적인 시험을 치러야 하는 10대들의 머릿속은 어떨까요? 아마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동기로 가득차 있을 것입니다. 동기를 강화하는 물질은 다름아닌 도파민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을 추진력 좋은 상태로 만드는 기름같은 역할을 하죠. 하지만 도파민이 계속 과다하게 분비되면 어떨까요?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뭔가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자기를 다그친다면 그 삶은 진정한 행복과 거리가 멀어지겠죠.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가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무리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위태로워 보이는 친구들이죠. 


  10대만이 아닙니다. 도파민이 과하게 분비되는 사람들은 욕망이 과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쉴 틈 조차 없이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죠. 이런 사람들을 흔히 일중독이라고 부르지요. 경쟁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을 즐기는 사람들. 매사에 바쁘고 쫓기듯이 일하며 쉴 틈이라고는 거의 없어보이죠. 어쩌다 이렇게 되는 걸까요? 그건 도파민에 대응할 물질이 머릿속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여유, 편안함, 안정 같은 게 모자란 것입니다. 뇌에 안정과 휴식을 주는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부족한 세로토닌을 채울까?     


  고3 교실을 가보면 학생들의 몸집이 1학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살이 찐 친구들이 있죠. 답은 뻔합니다.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그럼 많이 먹는 이유는? 부족한 세로토닌을 채우기 위해서죠. 고3 교실은 만족감이 별로 없습니다. 매번 보는 모의고사는 만족보다는 좌절을 안겨주죠. 잦은 실패에 우울이 찾아오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 우울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가로막았을 것입니다. 그럼 고3 친구들은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찾으려 하고 그것이 과하게 먹는 것으로 이어져서 비만을 유발하는 것이죠. 그러니 고3을 포함해서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비만보다 우울이 더 큰 문제일 수 있죠. 


  이제 막 시험을 끝낸 큰딸. 단기 목표가 사라졌으니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끊겼을 겁니다. 그럼 뇌에서는 또다시 도파민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칠 수 있지요. 만약 도파민에 길들여졌다면 말이죠. 한편으로는 잘못 본 시험 때문에 그 우울감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막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순간에 만약 부모가 ‘시험은 왜 이렇게 못봤어. 그렇게 맘대로 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러게 이게 뭐야.’ 이렇게 비난한다면 어떨까요? 좌절과 우울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나는 딸과의 소모적인 대화보다 짧은 데이트를 선택했습니다. 

  “딸! 좋아?”

  “응, 좋지! 바다 보니까 참 좋다. 아으, 시원해.”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부안 앞바다. 아빠와 딸은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 보았습니다. 차가운 바닷물도 만져보고요. 또 널찍한 갯바위를 옮겨다니며 고둥도 보고, 작은 게도 만났습니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아빠와 딸이 손을 잡고 건너 다니면서요. 점심은 초밥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맛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산도 보니 좋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부안 시장에 가서 가족들을 위해 갑오징어를 큰 것으로 두 마리 골랐죠. 혹시 갑오징어를 좋아한다면, 부안 여행은 필수입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딸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세로토닌이 선사하는 여유에 마음을 흠뻑 적신 하루였습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균형을······.     


  10대 시절 뭔가를 성취하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파민의 긍정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인 성취라 하더라도 지나치면 중독이 됩니다. 보상은 더 큰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자칫 성취감에 취하면 훗날 일중독이라는 위험에 빠질 수 있죠. 그러니 경쟁을 멈추고 잠시 여유를 갖는 게 좋습니다. 혹시 찾아올 우울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뇌에서 만드는 세로토닌의 양은 필요한 양보다 항상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으로 양을 늘리는 것을 권장하고 있죠. 호두, 들깨, 현미, 감자처럼 견과류나 곡류, 치즈나 요구르트, 바나나 등에 세로토닌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여유있고 편안하면 두뇌에서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는 데에 도움을 된다고 하죠.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가벼운 산책도 세로토닌 활성화에 좋습니다.


  큰딸이 부안 데이트를 두고두고 좋다고 기억하는 하는 건 자연 속에서 안정을 회복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캠핑이나 낚시, 여행도 좋고, 그럴 여유가 없다면, 가족끼리 시간을 정해서 심호흡이나 스트레칭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세로토닌은 활성화될 것입니다. 우울이나 강박, 중독을 예방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법이지요.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자녀에게 지나친 동기부여는 금물입니다.
그러다 병납니다.
행복한 삶이 목적인가요? 경쟁에서 이기는 게 목적인가요?
자녀가 지나친 동기 부여로 강박적으로 변할 때가 있어요.
1등! 만점! 올 1등급! 그러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죠.
그럴 때는 자연을 보여주세요.
툴툴거려도 데리고 나가면 좋아할 걸요.
가족 모두의 여행 말고, 단 둘이 자녀와 여행 강추합니다.
특별한 장소로, 특별한 추억을,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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