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프롤로그
숱한 밤을 괴로워했다. 어둠이 내려 세상 위를 뒤덮으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끝없는 우울감이 우물을 파고 파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꺼내지도 못하게 자리 잡는다. 이 숨 막히는 통증을 꺼내고, 토해낼 용기가 없어 목구멍 밑으로 억지로 삼키고, 삼키고, 또 삼켰다. 이미 가득히 채워져 더 들어갈 밤의 공간이 없는데도 끝끝내 다음 밤이 오면 어김없이 삼켜냈다. 해로운 줄을 알면서도 기어이 뱉어내지 못했다.
2018. 09. 27. 14:21. 블로그 비공개 글 <밤을 삼키는 겁쟁이> 中
- 나에게 있어서 내가 써온 것들 중 가장 까맣고, 애틋하고, 잔잔한 글.
어쩌면
프롤로그
위의 글은 사람이라곤 눈곱만치도 드나들지 않았던 개인 블로그에조차 비공개 게시물로 발행한 글이다. 그 정도로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나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만큼 공개 글로 차마 바꾸지 못했던, 나의 진심을 온전히 쏟아부은 글이었다.
글의 제목인 ‘밤을 삼키는 겁쟁이’는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꼬리표가 아닐까 싶다. 처음 밤을 삼키는 겁쟁이라 하면 대체 무슨 뜻인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단순하다. 나는 숱한 밤을 삼키곤 했다. 정확히는 흘러내리는 우울과 좌절을 끌어안고, 울음을 삼켰다. 또 그렇게 아픈 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그저 목구멍 밑으로 욱여넣었다. 나를 바라볼 따가운 시선과 헐뜯을 손가락질이 두려웠다. 난, 겁쟁이 었으니까.
그래서 바로 밤을 삼키는 겁쟁이인 거다.
참고로 이 꼬리표는 과거형이기도,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여전히 나는 아프다. 물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상담도 받아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했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적어도 최고로 휘청이던 때에 위 글을 썼던 2년 전보단, 밤을 삼키는 날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듯이, 백 마디 위로보다 자신과 같은 단 한 사람이 더 큰 위안이 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나 또한 그랬다. 우울증을 겪어온 많은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절절해지고, 안온해짐을 느꼈다. 이처럼 나도 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돼주고 싶다.
앞으로 올릴 글은 '어쩌면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밤을 삼키는 겁쟁이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들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까맣고, 애틋하고, 잔잔한 글을 통해 또 다른 밤을 삼키는 겁쟁이들의 밤이 조금은 안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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