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역선’이지. 이제 곧 출항할.”
“직접 본 건 처음이야.”
마야는 스테이션에 정박 되어있는 거대한 무역선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근데 무역선은 왜 보여 주는 거야?”
“네가 탈 거니까.”
오피디아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뭐?”
“요람을 빠져나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소형 우주선을 운전하는 방법도 모르고……. 그러니 방법은 이것뿐이지. 밀항. 저 배는 증기의 요람으로 갈 테니 이후에는 네가 알아서 잘 해 봐.”
오피디아의 설명에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피디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근데 넌 괜찮겠어?”
“뭐가?”
“요람에 남는 거 말이야. 날 도와줬다고 의심받으면 어떻게 해.”
“내가 잘도 의심 받겠다. 내가 널 어떻게 대했는지 다들 봤잖아.”
“그건 그렇지만…….”
“걱정 마. 어차피 나는 이 틈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으니까. 널 본 거신이 있더라도 나는 못 봤을 거야.”
“고마워. 오피디아.”
마야가 오피디아의 두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그러자 오피디아는 부끄러운 듯 눈을 피했다.
“…나도 고마워. 그 별 구해줘서.”
“그야 내 별인걸.”
“그래, 그래. 베베였나. 너 말이야. 우주 밖으로 가서는 말썽 좀 그만 부려. 얘가 널 구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
오피디아가 부러 톡 쏘아댔지만, 베베는 자리에서 가만히 반짝이기만 했다.
“그럼 잘 지내.”
“너도 몸 조심해. 마야.”
마야는 오피디아를 힘껏 안아주고는 베베와 함께 틈 밖으로 나가 무역선에 실리는 짐 하나에 들어갔다. 오피디아의 말처럼 무역선은 얼마 안가 출항했다. 일정하고 무거운 진동이 마야의 몸을 둥둥 울렸지만, 마야는 겁먹지 않았다. 마침내 우주선이 날아올라 스테이션의 안과 밖을 나누는 투명한 중력장을 뚫고 우주 밖으로 나아갔다. 짐 칸에는 작은 창문들이 있었고, 그 창 너머에는 무한한 우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야는 홀린 듯이 창문에 다가갔다.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풍경에 압도 된 나머지 마야는 자신이 어떤 현실에 처했는지조차 잊고 말았다.
“거기, 너!”
뒤에서 들려 오는 외침에 마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어른 거신 하나가 마야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제야 마야는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마야는 열심히 내달렸지만, 쫓아오는 거신이 더 빨랐다.
“잡았다, 이놈!”
거신이 웃으며 소리쳤다. 마야는 커다란 손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