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모전 작업일지 10
더미 북을 pdf로 만들어서 인쇄소에 넘겼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1주일이 좀 넘어 인쇄본이 도착했다. 마감 날짜를 일주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 봉투보다 그림책의 판형이 커서 우체국 봉투에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택배 박스에 넣어 빠른 등기로 보내기로 했다. 무게를 재고 돈을 지불했다. 드디어 내 손을 떠났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기쁘다기보다는 아주 편안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은은하게 번졌다. 이제 마감이 없으니 얼마간은 마음 편하게 쉬어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홀가분했다.
그 뒤로 커피숍에 가서 혼자 멍 때리기도 하고 못 읽은 책도 그러모아서 읽었다. 그동안 작업 핑계로 스스로 연락을 안 했던 지인들에게도 연락했다. 연극도 보고 전시회도 다녀오고 지인들도 만나며 그냥 정말 놀았다. 제대로 휴식을 취했는가 하면 잘 모르겠다. 쉬면서도 얼마간의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1년 가까이 작업한 그림책은 공모전 제출일 뿐이며, 무수히 많은 더미 북중에 한 개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완성까지 가본 경험은 초보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그림책 만들기 기획이 먼저다>라는 책에서도 창작이 처음인 사람은 한번 끝까지 완성해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도 이번 공모전 제출로 인해 창작이라는 산을 한번 넘어보는 경험을 쌓았다. 감사한 일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작업실에 올라왔다. 작업을 위해 펼쳐놓았던 수채화 도구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원화 사이사이에 신문지를 넣어 정리했다. 이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글파일을 열어 모아두었던 그림책 글감들을 여러 번 훑어본다. 이렇게 다음 공모전 준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