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enstown: 천상의 아름다움
엄마랑 여행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나던 찰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엄마가 완도에 다녀오자고 해서 다녀온 것 빼곤 엄마랑 여행을 한 기억이 없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어릴 적엔 잘 다니셨지만, 가족여행은 거의 전무했다.
언니가 힘들게 시간을 내어, 엄마를 모시고 뉴질랜드에 왔을 때, 나는 엄마에게 최고로 좋은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착한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를 재우고, 우리는 다시 비행기를 끊어 남섬으로 향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단연, 퀸스타운(Qeenstown)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 잡은 작은 애로우타운(Arrow Town)과 와나카(Wanaka)는 태어나서 꼭 한번 봐야 하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좀 더 멀리 가자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가 있으니, 나는 언제나 이곳, 남섬을 뉴질랜드의 보물이라 불렀다. 다른 선진국처럼 발달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자연만큼은 단연 선진국이다. 이 남섬에 있는 여행지는 세계 10위안에 드는 곳이니,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질 만도 하다. 거대한 자연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자리를 깔고 하염없이 이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며 가져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피크닉을 했다.
흐리면 흐린 데로, 맑으면 맑은데로, 낮에는 낮데로, 밤이면 밤인 그대로 아름다운 그곳. 세상에 그런 곳이 또 있을까..?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곳.
뉴질랜드는 규모가 대체로 작고 아기자 기한곳들이 많아, 스펙터클한 면모는 찾아보기 힘드나, 반짝이는 저녁에 노을 지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많아도 그들의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풍경.
같이 일하는 여자애가 사진 찍는 손님들을 보면서 한번 물은 적이 있었다.
"보통 우리는 아름다운 장소 자체만 찍을 때가 많은데, 아시아인들은 꼭 사진 속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때 내가 갔던 장소도 그랬다. 아름다운 공간이 중심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 내가 그곳에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의 공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의 나를 보고 싶고, 그때의 엄마와 언니를 기억하고 싶어서. "넌 나이가 50이 되었을 때 너의 20대를 다시 보고 싶지 않겠니? 장소야 언제든 다시 가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너의 20대는 다시 볼 수 없을 텐데.. 의미가 있을 거 같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진이 나중에 엄마랑 경험하기 힘든 사진이란 걸 느끼는데 오래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졌고, 엄마의 건강이 안 좋아졌기에..
엄마, 건강하세요. 그리고 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