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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05. 2019

하나는 너에게 주고 싶고, 하나는 나에게 주고 싶다

후회 

그 하나는 

너에게 주고 싶고


위로

그 하나는

나에게 주고 싶다.


눈 감고 

머리를 두 손으로 

흔들어도


지워지지 않는 추억


그 하나는 너에게 주고 싶고


흘러간 환영의 끝에서

다시 찾은 웃음.


그 하나는 나에게 주고 싶다.


하얗게 온 세상에

눈이 뿌릴 때

뽀드득 발자국 소리 들릴 때

당당함이라고는 결여된

어제와 같은 하루.


그 하나는 너에게 주고 싶고


머리에 맞은 눈이 녹아 

얼굴로 흘러내릴 때

한 손으로 닦아 내리며

보이는 

저 푸릇해지는 새벽녘의 

기대로 찬 골목길


그 하나는 나에게 주고 싶다.


내내 걸어도

그 자리.


당차게 떠나

비어진 채 그대로여도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자꾸만 좁아지고

어두워가는 고갯길


낡은 망루처럼 찌그러져가는

보잘것없고

소용없는 


가도 가도 끝없는 벼랑 끝 회한.


그 하나는 너에게 주고 싶고


다 끝난 오르막길을 한숨 쉬며

바라보는 사슴의 안도감


숱하게 떨어져 나간 

마음 덩어리들.


그 어려운

시간을 잘 견디어낸 뒤

얻어낸 얼음 밑에

녹아 흐르는 

맑고 맛있는 새 너.


그 하나는 나에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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