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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12. 2018

6.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

 우리 주위에는 많은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하는 데 있어 오히려 솔직하고 능숙하며 이성에게도 인기가 있다. 왜 그럴까? 인간 심리의 이중적인 면을 보면 답이 있다.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의 개념

 먼저 두 개념을 비교해보자.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자기중심적이란 것을 들 수 있다.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는 모두 자신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쁘다. 사랑이라는 게 본래 이타적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이 사랑에 있어 강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정의는 틀린 것일까? 


 사랑에 이타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행복만을 빌어주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희생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물론 애정의 감정이 전혀 없이 희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애가 먼저 깔려있어야 사랑이 된다.


 희생은 상대방과 관련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상대방이 모르게도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된 상황에서 사랑은 바로 설 수 없다. 내가 먼저 바로 서고 남에게 사랑을 말할 때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지 본인을 내려놓고 남의 사랑만을 쫓는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기대는 것 밖에 안된다.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가 매력 있게 보이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자기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 별것 아닌 것을 별나게 보이게 한다. 무슨 자신감이 있길래 저렇게 불친절하고 이기적일까?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사랑의 이유는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는 계기는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삶의 아이러니가 있다. 착하고 순진한 남자, 여자는 잘 눈에 안 띈다. 일상 속에 묻혀 사라진다. 그런데 유독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인 그녀, 그 녀석은 눈에 들어온다. 

나쁜 남자가 매력 있는 이유

 일반적으로 나쁜 여자가 사랑받는다는 얘기는 별로 없어도 나쁜 남자가 매력이라는 말은 자주 듣는다. 서른 살이 되기 전 여성에게서 이런 생각이 넓게 자리 잡는데 이유는 강한 남성성과 나쁜 성격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남성성은 쟁취하고 싸우는 것이며 정신적인 것보다는 육체적이고 앞에 나서 이끄는 것이며 직선적인 것이다. 나쁜 남자는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쁜 남자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거짓말도 하고 용이 주도하게 여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간단한 예로 음식을 먹을 때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것은 예의 바르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리더십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 리더십이 있는 사람도 자꾸 물어보거나 배려하면 리더십이 없어 보인다. 나쁜 남자는 물어보지 않거나 물어보고 나서 자기가 원하는 걸 시킨다.(정말 나쁘다)


 착한 남자는 이게 불가능하다.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협하려들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명하게 말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중을 먼저 살핀다. 


 여성의 입장에서 나쁜 남자를 봤을 때 강한 남자 즉 나와 나의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강한 남자에 끌리게 마련인데 이것은 본능적인 것이다. 현대사회에 와서 특히 서구 사회에서는 이런 영향이 많이 줄었지만 전통적 관념이 많이 남아있는 국가(특히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런 본능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다. 원시시대에 남성은 여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나가 싸우는 전사들이었다. 용맹함을 증명하는 것이 남자의 삶이었고 이것을 각인해온 남과 여가 상대방을 보는 기준도 그렇게 본능 속에 고정되었다.


 나쁜 남자와 강한 남자가 다르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혼동하게 되는 걸까? 인간관계에서 타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는 본능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짧은 순간 이성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은 본능을 자극하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요소들은 뒷전이고 오로지 남성성을 증명하는 나쁜 남자라는 매력이 여성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남성성에 대한 정의는 앞서 언급한 것 외에 추가될 것이 있다. 쟁취하지만 양보할 줄 알고, 싸우지만 비겁하지 않으며 육체적이지만 정신적 고민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진정한 강자의 남성성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잘 보이지 않고 오로지 싸우고 쟁취하는 것만이 눈에 잘 띈다. 그래서 우리가 혼동하기 쉽다. 


 이런 말도 한다. “남들에게는 잘 못해도 나에게만 잘해주는 것이 진정한 나쁜 남자의 매력이다.” 물론 배타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큰 즐거움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언제까지 그렇게 다정할까? 나와 남에게 대하는 것이 이중적이라는 것은 성격이라기보다 처세술에 가까우며 본성이 아니다. 관계가 좋을 때야 모르겠지만 관계가 나빠져도 여전히 나에게는 잘해주는 사람일까? 남에게 하던 버릇으로 나한테도 하지 않을까? 우린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데이트 폭력이 자주 이슈가 되는데 많은 여성들은 열 번 못해줘도 한번 잘해준 것 때문에 희망을 걸고 그 남성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폭력은 가능한 사람과 불가능한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의 영향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은 사랑의 힘이 본능을 억누를 때뿐이다.

 진짜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내가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된 뒤 나에게 와야 한다. 사랑의 현실에서 이런 원칙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실제로 내가 알던 한 여성은 집착하는 남자 친구가 무서워서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이것은 사정이야 이해되지만 참 잘못된 생각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무섭게 안 하면 헤어지겠다는 얘기와 같다. 무섭게 해야 사랑이 유지되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남자는 당연히 무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성을 폭력과 공포로 억압해서 옆에 두려고 할 것이다.


 물론 공포로 상대방을 움직이려는 남자 쪽에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계속 먹혀들게 만드는 것도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누구든지 이전 행동의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도 결정하지 않겠는가? 나를 더 가치 있고 대우받게 만들려면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껴야 한다. 남을 희생시켜 나를 아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만큼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평상시 자세로 보이라는 것이다.


 나쁜 남자가 가끔씩 주는 매력도 있는데 아홉 번 나쁘게 하고 한번 잘해주면 그 행복감은 배가 된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어떤 관계에서도 인간은 자극에 적응되어 간다. 그래서 계속되는 행복은 끝내는 무감각 해지고 더 이상 감흥이 없게 된다. 나쁜 남자가 준 아홉 번의 실망이 감정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뒤 반전처럼 다가오는 한 번의 행복감은 지난 아홉 번의 실망을 채울 만큼 크게 느껴진다. 여성은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하는 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정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여성들은 출산이라는 극도의 고통을 겪고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감에 다시 아이를 가진다. 남성들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남성들에게 군대 두 번 가는 것은 사형받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나쁜 남자의 매력은 선택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가끔씩 오는 자극 속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 것인가? 항상 느끼는 평온함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나쁜 여자의 매력

 나쁜 여자는 어떨까? 악녀라는 것은 남자에게 어느 정도 정복욕을 줄 수는 있다. 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그런 측면을 좋아한다. 쌘 여자를 만나서 굴복시키는 정복감을 맛보고자 하는 것이다. 남자는 누구나 정복욕이 조금씩은 있다. 그러나 악녀를 좋아하는 남자치고 연애초보는 별로 없다. 그것은 그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위로받기 위함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것은 더 큰 이유가 된다. 남성들의 사회생활은 전쟁과 다르지 않다. 원시시대처럼 목숨을 건 싸움은 없어졌지만 현대사회의 경쟁구조는 남성들을 보이지 않는 전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 남성들은 만사를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프로그램되어있다.


 나쁜 여자는 이런 위로받고 싶어 하는 남성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홉 번을 기다려야 오는 한 번의 행복도 남성들에겐 기다릴 여유가 없다.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인내심이 별로 없다. 내가 이 여자를 교화시켜서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생각 따위는 애초에 해본 적이 없다. 나쁜 여자가 다가왔을 때 정복욕에 혹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만족감이 적을 때는 참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앞서 사랑의 정의에서는 빠져있지만 치유와 위로라는 것은 남성들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전쟁 같은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 하는 것이 남성이 사랑하는 본질적인 이유이다.


 여성으로서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점을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꼭 여성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사랑받게 되어있다.

 “나는 과연 누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었나? 누군가에게 얘기할 때 매번 부정적인 어투는 아니었나? 좋다는 표현보다 싫다는 부정어를 더 많이 쓰지 않았나?”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나쁜 여자'는 아닐지라도 '나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남성들은 단순하다. 그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거기서 용기를 얻기 위함이다. 그것을 주지 못한다면 남성의 진정한 사랑을 얻기 어렵다.


 위로를 못해주는 게 그렇게도 큰 결점인가? 싫어하는 것을 싫다고 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 맛없는 것을 맛없다고 하는 게 왜 안되는가? 긍정적인 태도만이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을 해보겠다. 


 당신이 단번에 평가절하한 어떤 것이 상대방에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으며 당신이 맛없다고 한 것이 상대방이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메뉴일 수 있다. 당신의 대답으로 그의 기분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를 할 것인가 그에게 용기를 줘서 이번에는 별로라도 더 분발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남성들이 단순하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말 한마디, 대답 하나가 용기를 주고 그것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나쁜 여자는 이것과 거리가 멀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독한 술처럼 호기심이 생기기는 하지만 늘 곁에 두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나 파트너가 나쁜 여자인지 나쁜 남자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이런 나쁜(?) 속성을 조금씩 지니고 있다. 단지 그것이 활개를 치게 놔두는 사람이 있고 억제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순도 100% 천사도 있다. 바닥에 침 한번 시원하게 못 뱉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인간이란 사랑을 하면서도 특히 악마적 근성에 끌리는 면이 있다.


 그게 남성다움으로 보여서일 수도 있고 정복하고 싶은 욕구에서 일수도 있다. 이런 사랑을 나쁘다 좋다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본질도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이 행복하면 누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 챕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다움과 나쁜 남자는 같은 것이 아니며(일부 공유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착각했을 때는 자신의 힘든 사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기 때문에 사랑의 형태도 행복을 보장해주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나쁜 남자를 만나서 고통을 받는 여성을 보는데 상대방이 가진 일말의 교화 가능성에 기대어 모진 고통을 참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남성도 소수 있다.


 그들이 마조히즘적인 견지에서 이런 사랑을 한다면 참견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빨리 깨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많은 종류가 있다. 70억의 인간은 70억 종의 인간이다. 나 자신이 파괴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사랑을 이어가는 것은 “죽기 위해 밥을 먹는다”, “보기 싫어서 눈을 뜬다”와 같은 말이다. 사랑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나쁘다는 개념조차 상대적인 것이지만 지극히 자신의 관점에서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그에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을 잘하는 남자가 미인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명제는 뒤집어 말하면 미인은 거짓에 속아 진짜(True)를 못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악보다 선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악이 더 잘 보이고 매력적으로 포장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식은 맛이 없다. 이것이 인생의 이중성이다.

나쁜 남자의 사례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여성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쁜 남자와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취향과 태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선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은 순정파일 것 같지만 의외로 연애관이 뚜렷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이런 통계를 보여줄 수 없는 점은 이해해주기 바란다. 독자들의 주변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남성의 거짓말과 주도면밀한 속임수에 당하게 되면 그 매력은 잊을 수 없다. 몸에 나빠도 조미료가 들어가야 맛있는 것이다. 나쁜 남자는 선물을 줘도 그냥 주지 않는다. 그들은 경험이 많고 같은 상황을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 잘 않다. 어젯밤에 술 마시고 늦잠 자서 데이트 약속에 늦게 온 뒤 길에서 산 싸구려 반지를 들이민다. 그리고는 자기가 몇 주 동안 찾아 헤맨 선물이라고 속인다. 그의 노력과 선물의 희소성에 여성은 감동한다. 난 이 경우를 실제로 보았고 이게 먹혀든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쁜 남자는 데이트를 극적으로 만드는 데도 귀신이다. 그들은 임기응변에 능하고 부끄러움이 없다. 어떤 공연장에서 "오늘이 특별한 날인 분에게는 상품을 드립니다."라는 이벤트가 열렸다.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나쁜 남자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 손을 들고 무대로 나가 상품을 타 온다. 그는 생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회자는 주민등록증을 봐도 되냐고 물었고 남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배짱이 있었다. 거짓말을 해도 주민등록증까지 검사하지는 않을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사회자는 남자의 배짱에 주민등록증까지 보지는 않았다.


 남자 친구가 거짓말을 했지만 나를 위해 용기 낸 것이었다. 여자는 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실상 그는 손만 들고나갔을 뿐 돈 한 푼 쓰지 않았고 입만 활용했을 뿐이다.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지만 여자는 알아채지 못했다.


 이런 일은 순진한 남성들은 못하는 일이다. 강심장에 철판까지 깔아야  가능하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통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은 이런 남성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를 위해서 하는 게 뭐 어때? 진실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나쁜 남자와 직접 대화를 했을 때 여자에 대한 그의 평소 지론을 들을 수 있었다. 


 "여자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야. 너무 그걸 위해서 뭘 하려고 할 필요 없어."


 여기서 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진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아마 그는 많은 여성을 만나 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쁜 남자가 여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바로 이렇게 여성을 수단적 성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는 많은 여성을 만나면서 점차 여자를 사랑의 대상이나 파트너의 개념보다는 소유와 수단의 성질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남성이 여성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챕터에서 나쁜 남자와 나쁜 여성에 대해 다루게 된 것이다.


결론

 좋은 사랑이란 없다. 사랑은 지극히 상대적이다. 하지만 거짓과 위선으로 한쪽의 행복만을 위해 포장된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앞에서 균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 나쁜 남자의 사랑은 이것이 결여되어있다. 따라서 사랑의 발전도 어렵고 지속도 쉽지 않다. 오로지 여성의 인내로만 지속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랑은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고 지속 가능한 사랑이 되지 못한다. 한쪽의 희생이 계속되다가 더 이상 희생할 것이 없거나 인내가 바닥났을 때 결국 버림받게 될 것이다. 그러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거짓 추억뿐이다. 


 이런 면에서 나쁜 남자, 나쁜 여자와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쁜 인간들과의 사랑은 분명 매력이 있다. 자극적이고 매일매일이 새롭다. 순둥이 남자 친구를 만날 때 답답하고 지겨웠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렇지만 이기적인 상대방과 사랑을 이어가는 것은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고 소모적이다.


 이것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여러분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서 나를 위해, 서로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사랑을 이루는 길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때 이 주제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랑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해로운 사랑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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