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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20. 2018

3. 경험이 주는 것

경험이 주는 것

 경험은 아픔을 가진 자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자 축복이다. 사람들은 지식과 경험 중 어떤 것이 중요하냐에 대해 논쟁하지만 나는 경험의 편을 들고 싶다. 

 왜냐하면 지식 없이도 경험은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깊이가 매우 얕고 비효율적일 수는 있다. 우리는 가끔 주변에서 전문지식 없이도 경험만으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본다. 오래된 기술자나 현장 근로자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한 사람에 비해 지식은 떨어지지만 일을 처리할 줄 안다. 그러나 지식만 가진 사람은 그것이 현장에서도 통할지 장담할 수 없다. 사랑이 주는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자산이 되고 어떤 것을 남겨줄까? 하나씩 보자.


긴 사랑의 경험

 긴 사랑의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걸 줄까? 여기서 말한 길다는 개념은 한 개의 사랑이 최소 결혼을 생각할 만큼 깊어질 정도를 말한다. 상대적 개념이긴 하지만 통상 사람들의 사이클로 볼 때 3년은 돼야 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개월 만에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긴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긴 사랑은 사랑의 사계절을 다 맛보게 해준다. 사랑에도 사계절이 있다. 처음 시작한 사랑은 봄처럼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하며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사랑의 초기에는 서로 조심하는 것도 있고 잘해나가기 위해, 멋지게 보이기 위해 각자가 노력한다. 하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맞춰가야 할 것도 있고 그러지 못하면 실수하기도 한다. 이 과정이 두 사람에게는 어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부분이다.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같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기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봄에는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둘 사이가 그대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아직 서로에게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사랑을 유지하는 힘도 작다. 


 여름은 어떤가? 사랑이 가장 많이 커나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뭔가 이룬다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사랑의 정점은 이때 오게 된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개척하는 시기이고 둘 사이가 거침없이 깊어지는 시기이다. 이때는 정신적 교감도 빠르게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서로 이해하는 시기는 아니고 아직도 격렬한 에너지가 부딪히고 오해가 난무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소나기도 내리고 번개도 친다. 육체적으로 가까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시기이다.

 가을이 되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근본적인 면은 아니더라도 정신적 교감이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오래가는 사랑일수록 이 시기가 길다. 겨울은 사랑의 에너지가 점차 소멸되고 그 관성만이 남아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의 해왔던 것들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데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쉽고 아직도 여름 같은 사랑이 지켜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사랑하는 에너지가 서로 달라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겨울의 시기에는 사랑의 에너지를 다시 일으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양쪽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사랑의 관성은 추억에 대한 망각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호기심 등이 있어 그대로 두면 소멸되어 버린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화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번 이뤄진 정신적 교감이 계속 유지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정신적인 면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람과 사랑하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은 끊임없이 변한다. 내가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것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생각과 마음이 변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착각은 그래서 위험하다.


 두 사람이 가진 사랑의 에너지 또한 차이가 있다. 한쪽은 거의 소멸해가는 상태인데 그것을 모르고 전과 같이 행동한다면 어느 순간 이별통보를 듣게 되고 그때 가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랑의 에너지는 약해져 가게 마련인데 이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린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기술적인 방법은 연애서적에 잘 나와있으니 여기서는 조금 철학적인 면을 고찰해보자. 


 두 사람이 가진 사랑의 에너지는 한쪽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멸했을 때 사랑을 일방적인 것으로 바꿔놓고 결국 사랑도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의 에너지가 소멸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보다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결국의 그 사람의 것이다.


 그나마 서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에너지의 감소폭은 줄일 수 있고 조금 다른 차원에서 다시 키워갈 수도 있다. 감정의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서로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질 것이고 이것은 다가오는 겨울을 그만큼 늦춰줄 것이다.


짧은 사랑의 경험

 짧은 사랑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줄까. 그것은 사람에 대한 체험적 지식을 남겨준다. 사람은 깨진 유리 파편처럼 제각각이다.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 짧은 사랑의 경험은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를 배우는 기회가 된다. 사람에 대한 경험은 그와 유사한 성격의 사람을 만났을 때 큰 도움을 준다. 사람은 전부 다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유사하다. 


 완전히 같은 사람도 없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도 없다. 목적지향적 인간이 있고 과정지향적 인간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 있고 내향적인 사람도 있다.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있고 개인 지향적인 사람도 있다. 이런 형태들로 사람을 나누어 보면 비슷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고 쉽게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며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 여러 선택지를 갖게 한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성급히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사람에 대한 경험은 나이가 많을수록 쌓이게 마련인데 이것이 경직된 판단을 부르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본인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깊이 알려고 들지 않는다. 방어적인 의도도 있겠지만 이미 알고 있다고 판단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의 생각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일 것이라고 성급히 판단을 내린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지는 이유이다. 백지상태에서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거기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데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만나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와 행동을 모두 자기 생각에 끼워 맞추고 판단 내려버린다. 상대방이 말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행동한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렇다. 이것은 남녀를 떠나 공통의 문제이다.


 짧은 사랑에서 겪은 사람에 대한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다만 사랑의 사이클을 다 경험하지 못하고 완숙된 사랑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므로 다소 낮은 수준의 사랑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만나고 주고받는 것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사랑 한 번이 짧은 사랑 열 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깨닫는 것이 그만큼 많고 깊이 고민한 대답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사랑의 경험

 사랑의 경험은 자신의 참모습을 알 수 있는 계기를 준다. 남성들은 대체로 여성보다 정신연령이 늦게 발달하고 어른이 되어도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종한다. 이것은 그들의 타고난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안 좋게 말하면 공상적이란 얘기다. 남자들은 대부분 30대 40대가 되어도 계속 꿈을 잊지 않는다. 비록 실현할 수 없어도 마음 속에 계속 가지고 있다. 


 가장이 되어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속에 남자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십대때 가졌던 그것보다는 다소 현실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이미 인생의 궤도가 보이는 나이가 돼서 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이들이 아직 철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재보다는 미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남성들의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습성 때문이다.

 나의 진면모를 안다는 것은 남성이 보다 현실적으로 될 수 있게 해준다. 여성을 통해서 남성은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고 보다 현실적인 눈을 갖게 된다. 그래서 많은 여성을 만난 남성이 오히려 많은 여성에게 인기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경우 많은 남성을 만난다고 해서 남성에게 인기가 있다는 법은 없다. 


 한편으로 남성은 연인을 통해서 감성적인 에너지를 얻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위대한 화가의 경우 사랑이 작품의 에너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남자 예술가가 작품의 모델과 결혼했으며 사랑하는 여인을 모델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남자의 공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다리를 놔주는 것이 여성이다. 남성에게 여성은 성공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존재이다.


여성에게 사랑의 경험

 여성들에게 사랑의 경험은 남자들에 속지 않는 방법을 알게해 준다.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부풀려 멋지게 보인 후 여성에게 구애한다. 동물세계의 모든 수컷이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수컷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잘생긴 남자조차도 고백하는 기술이 없으면 사랑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가진 것 이상으로 더 대단하게 보이는 기술. 그것이 있어야 사랑에 성공하기 쉽다. 정직한 남자가 여성에게 인기있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은 경험을 통해 이런 남성들의 허세와 작전을 어느정도 파악하게 된다. 


 경험이 많은 여성을 공략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이다. 웬만한 이벤트로는 감동을 주기도 힘들고 언변이나 기술도 잘 통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사랑의 경험은 원래부터 현실적이었던 자신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나이가 들어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사랑하기 힘든 것은 단순히 남성의 본능적 습성때문만이 아니라 너무나 어려워진 그녀들의 사랑 방정식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사랑의 경험을 피할 이유는 없다. 마음의 자세는 열어두고 처음부터 사기치려는 남자들만 거르면 될 일이다. 슈퍼스타K 심사위원처럼 앉아서 남자가 얼마나 능력발휘해서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테스트하려한다면 좋은 남자는 다가오지 못하고 기술에만 뛰어난 바람둥이가 1등할 것이다.


능력과 사랑

 나는 가끔 능력과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능력이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숙물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남녀 구분 없이 이것은 시기를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처음 알아가는 단계에서 능력이라는 것은 그 사람과 결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 만나서 서로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비전을 알고 정직함을 알겠는가? 


 능력은 눈에 쉽게 보인다. 그래서 만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그것이 그렇게 욕먹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호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능력이든 외모이든 상관없다. 다만 이것이 계기를 넘어서 만남의 이유이자 관계 지속의 절대적인 요소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능력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전부를 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전부를 봐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 단점을 알고 그것까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풋사랑이라고 하는 것들은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고 환상에 빠져있는 단계이다. 그래서 쉽게 깨질 수 있다. 푸풀려진 환상이 운 좋게 실제와 일치한다고 해도 단점이 그것을 가릴 만큼 클 수도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장점만큼 단점을 가진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자상한 사람은 마초적인 매력이 없고 터프한 사람은 온화하기 어렵다. 남극이면서 북극일 수는 없다. 뜨거우면서 차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좋은 점만 가지길 원한다.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고민이다. 굳이 사랑이 아니라도 상하관계, 동료관계, 공적 관계 어디서나 이런 문제가 존재한다. 

 충분히 장점을 가진 사람인데도 부족한 몇 가지 때문에 실망한다면 사랑을 유지하기 어렵다. 즐겁기만 했던 초기의 만남이 자꾸 어려워지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상대방을 선택할 때 평균점수를 사용한다. 이것은 어느 것 하나 크게 빠지는 것 없이 무난한 사람을 택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이론이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결국 끝에 가면 이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다. 이것은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사랑을 오래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들과 일치한다.


 어느 것 하나가 크게 빠지는데 그게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주 뛰어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무엇하나 크게 나쁜 것도 없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고 폭풍 같은 사랑은 아니어도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도 있다. 무난한 만큼 끌리는 매력도 자극도 없다는 것이다. 즉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질 때는 그 사람의 특출한 장점에 호감이 생겨서인데 그것이 평범한 것이라면 눈에 띌 리가 없다. 


 그렇다면 앞의 이론을 약간 수정해야 한다. 평균점수는 아니고 최저점 통과 방식이다. 즉 점수가 낮아도 최저한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출한 장점이 있고 모자라는 것도 최저한도를 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완벽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것이다. 사람에게 점수를 매기는 게 어렵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는 모두 이 이론에 동의할 것이다.


사랑하는 상대의 장단점

 사람은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번의 실수, 혹은 한가지의 단점보다 그 사람의 일련의 행동들, 생각들, 말들을 이어서 생각해야 한다. 큰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큰 장점이 있다면 사랑은 이어질 수 있다.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랑하는데 고단수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것은 한 차원 높은 단계의 교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내가 이것을 보는 눈은 달라야 한다. 객관성을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 사람을 오랫동안 보아 오면서 그의 행동양식과 삶의 궤적을 타인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나’이다. 그런 나라면 당연히 사랑하는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평범한 타인의 시각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어느 단계에만 가면 늘 헤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난 사람도 한 번의 긴 연애를 한 사람과 연애에 대해 논하기 어렵다. 경험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가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한번의 행동, 한가지의 단점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체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랑받기 위해 과장한 모습이 아니라 인간 그대로의 모습 말이다.

 사랑의 경험이라는 것은 이렇게 시각적으로 좀 더 깊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쉽게 행동하지 않도록 해준다. 그런데 분명히 할 것은 경험이 사랑을 하기 위해 무조건 갖고 있어야 될 필수 영양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경험에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경험은 공짜가 아니다. 경험은 비용이 들고 고정관념이라는 잔재까지 남기기 때문에 반드시 이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있으면 더 좋지만 없으면 없는 데로 괜찮다. 특히 배신의 경험 같은 것은 가치관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위험요소도 있다.


 어떤 아픔을 가지게 되면 그 경험이 바로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똑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보호대책을 내세우게 된다. 이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다시 아픔을 겪지 않게 해줄 수 있지만 아픔만을 생각해 도전적인 시도를 주저하거나 그저 아픔만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적인 자세만 유지하게 될 수도 있다.


 아픔은 안 겪으면 좋지만 일단 겪고 나면 분명히 깨달음을 준다. 깨달음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살 것인가 소극적으로 살 것인가는 본인의 결정에 달려 있다. 사랑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즐거운 사랑, 오래가는 사랑을 하는 방법은 있다. 첫사랑으로 실패 없이 행복하게 오래 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랑의 실패 속에서 배움을 찾고 다음번 사랑에서 전보다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한 것이다. 

 많은 아픔 속에서 배우고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신인 운동선수는 잘 나가다가도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지만 베테랑 선수는 슬럼프에 빠지면서도 통산 성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슬럼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좌절을 극복한 사람은 성공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그게 끝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제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경험들은 사람의 성격을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고 그것이 때로는 절묘하게 맞을 때가 있다. 그게 인연이고 사랑의 기회이다. 지나간 사랑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가 경험한 사랑은 우리가 사는 사회 속 인간의 수에 비하면 미미하다. 경험은 우리가 삶을 통해 얻는 양분이자 축적되는 우리의 역량이다. 사랑에서도 경험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에게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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