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이름 별로야

이렇게 생각한다면...

by 두두니

'이름'

ㅇ ㅣ ㄹ ㅡ ㅁ

말로 할 때는 몰랐는데 글자로 적고 보니 모양새가 생경하다.


자기 이름을 안 좋아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희소해서다.


이제껏 살면서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딱 한번 만났다.

그림을 배울 때 옆자리에서 같이 배우던 사람이었다.

그림 이야기를 하다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이름을 묻길래 알려주었다.

"전 김두경이라고 해요."

"예?!! 엄마야! 저도 두경인데."

"진짜요? 우와아!"

"저 이때까지 이 이름인 사람 한 번도 못 봤어요. 처음이에요!"

"저도요!"


우린 손을 맞잡고 방방 뛰었다. 성만 다르고 같은 이름이었다.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난 기분이 묘하고 신기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우리 이름 너무 별로지 않아요?"

"아니 왜요? 난 내 이름 좋아하는데."

"너무 남자 같잖아요. 뜻도 안 좋고."

하긴 남자 이름이란 말을 들어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죄다 남자였다. 중성적이라 더 괜찮구만. 그런데 뜻이 안 좋다는 건 무슨 말이지?

"뜻이 왜...? 한자가 어떻게 되는데요?"

"막을 두에 옥빛 경요."

"어머! 저랑 뜻도 똑같아요!"

"신기하네. 막을 두 쓰는 사람 잘 없던데. 이름도 맘에 안 드는데 옥빛까지 막는다니까 더 별로잖아요. 안 그래요?"

"아, 저랑 완전 반대로 알고 계시는데요?"

갸우뚱하는 두경 씨에게 나의 뜻풀이를 알려주었다.


"빛은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옥빛은 내 안에 있어요. 내 안에 가득 찬 빛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아야죠. 얼마나 좋은 뜻이에요?"

"네??? 헉!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러니까 두경 씨 이름을 좋아해 봐요. 바꾸실 것도 아니잖아요."

두경 씨는 한참을 멍한 얼굴이었다.


그로부터 두경 씨를 몇 번 보지는 못했다.

벙찐 표정의 그 짧은 순간이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그의 관점을 바꾸었기를.

나와 이름이 같은 두경 씨가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고 자신을 더 사랑하며 살고 있으면 좋겠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름은 평생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

이름에 만족하면 계속 그렇게 잘 살면 된다.

그런데 이름이 맘에 안 들거나 뜻이 좋지 않다면?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아껴주면 된다. 빛의 발원지를 밖에서 안으로 바꾼 것처럼. (아, 물론 내 경우는 원래부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흔한 이름은 그만큼 좋은 뜻과 어감을 갖고 있어 많은 이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친숙한 데다 같은 이름을 가진 지인이 한 명쯤 있어 금세 정이 가고 친근감이 들어 좋다.

드문 이름은 희귀하기에 한번 더 되새겨보고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나만 지닐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 좋다.

렇게 정신 승리하며 살아보는 거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듯

내 이름도 내가 가꾸어가는 것이다.



거울 속의 오리? 거위?처럼 나랑 같은 이름의 사람을 만났다 photo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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