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를 하는 날이다. 지하 5층까지 이루어진 지하철 역사를 순회 중이었다.
승객들은 피로가 쌓여서일까. 아니면 더워서일까. 하루치의 피로가 승객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보였다.
나는 지하 5층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눈은 시설물에 있었지만, 생각은 여러 번잡한 고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소란이 들려왔다.
"아 진짜, 밀었으면 사과를 해야지!"
한 중년 여성이, 옆에 있던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청년에게 버럭 화를 냈다.
주변 승객들은 폰 화면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청년은 이어폰을 빼며 황당한 듯 말했다.
"저기요. 아줌마. 저 안 밀었어요."
여성 승객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고, 청년은 멋쩍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는 둘을 떨어뜨리고, 서로의 이유를 들어줬다.
주변 사람들은 그 사이에서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승강장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나는 그 장면을 계속 곱씹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어디서부터 그 감정이 시작된 걸까.
혹시 중년 여성 승객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집에서, 길거리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조차 듣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이 모두 치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모든 것이 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누군가 등을 스치자..
'툭',
마음속 마지막 단추 하나가 풀려버린 건지도 모른다.
난 언제부턴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왜 나는 그렇게 판단했을까'로 바뀌기 시작했다.
중년 여성 승객과 청년은 서로 다른 방향의 열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들은 다시 마주치기 힘들겠지만, 짧은 시간 속에 서로의 하루를 잠시 흔들었다.
나는 둘이 떠난 자리에 남아 생각을 정리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사연을 지고 다닌다는 걸.
우리는 그걸 모른 채, 서로를 쉽게 해석하고 결론 내린다는 점이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침실에 누웠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작은 다짐을 했다.
내일은,
눈앞의 누군가가 이상하게 행동해도,
그 이면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자고 말이다.
"승객 여러분, 오늘 하루 많이 힘드셨죠?
안전한 귀가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