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딘가에는 거대한 '진상 관리 센터'가 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서 진상 총량을 배분한다는 거다.
이 녀석은 1호선으로 이 녀석은 2호선으로 이 녀석은 7호선으로 보낸다.
진상 관리 센터 감독자가 지시한다.
"오늘은 2호선 잠실역에 발냄새 진상 2명, 자리 선점 아줌마 1명, 큰 목소리 어르신 진상 3명 투입!"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루에 할당된 정해진 몫이 있다. 진상들이 소진돼야 하루 업무가 종료된다.
혹시 그 '총량'을 내가 무심코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냥 졸린 눈으로 구석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앞에 서있는 어르신의 눈에는 "젊은 놈이 왜 자리 안 비켜줘?"라는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곤 한다. 어쩔 때는 배가 고파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승객들. 그들의 코에는 치명적 테러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 오늘 내 차례구나" 깨닫는 순간, 이미 나는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진상 몫'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진상이라는 건 정해진 정체가 있는 게 아니다.
내 기준에서 저 사람의 행동과 말이 진상일 뿐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다.
오늘 내가 유난히 참을성 있는 승객이었다면,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내 몫까지 떠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상은 늘 존재한다. 다만, 내가 그 총량을 독점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웃어넘기며 가볍게 말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이 아닐까.
어쩌면 진상 총량의 법칙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