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임승차를 발견한 시민

by 코와붕가

퇴근길 지하철


'딸랑, 딸랑'

지하철이 승강장에 다가오고 있다는 방송이 울린다. 친절한 방송음에 퇴근하는 승객들의 발걸음은 바삐 움직였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속도를 빠르게 유지한다.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 안에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면서 느리게 걷는 승객도 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웃고 있어도 지쳐 보인다. 다른 이들과 함께 휩쓸려 빨리 가기도 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가기도 한다.


나 역시 주간 근무를 마치고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직원권을 개찰구에 찍고 나갔다. 그런데 한 승객이 태연하게 개찰구를 넘어갔다. 분명히 카드 찍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냥 지나갑니다'라는 뻔뻔한 태도만 있었다.


난 뒤돌아서 무임승차한 승객을 부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맞은편에서 오던 남성 승객 한 명이 소리쳤다.

"저기요, 카드 찍으셔야죠!"


그 목소리는 지하철 방송에서 나오는 '다음 역은 종로 3가... 종로 3가'같은 자동 안내 방송보다도 더 선명하고

단호했다. 단전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힘이 느껴졌다. 주변 승객들은 동시에 한 곳으로 눈빛을 모았다.

그리고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무임승차를 시도한 승객은 당황한 듯 슬쩍 가방과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리고 애써 자연스럽게 말했다.

"아.. 카드가 인식이 잘 안 돼서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승객의 한마디는 지하철 대합실을 법정으로 만들어버렸다.

한쪽은 '봐줘도 되지 않나'하는 관대한 쪽, 다른 한쪽은 '절대 봐주면 안 된다'는 원칙주의 쪽으로 나뉘었다.


잠시 후 CCTV로 감시하던 역무원이 달려와 상황은 정리됐다.

무임승차를 한 승객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에서 읽힌 건 억울함이 아니라, 들켜버린 민망함이다. 해당 승객은 31배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만약 상습범이라면 그동안 여러 번 반복했던 무임승차를 더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황을 곱씹었다.


"정의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구나.

어쩌면 사람들이 외면할 때 눈을 들어 한마디 하는 용기.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도 누군가의 무임승차를 눈치채고,

용기 있게 말하는 시민들 덕분에 굴러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오늘도 코와붕가!



keyword
이전 08화진상 총량의 법칙 (나도 진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