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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금은 보너스가 아니다, 부스터다

by 코와붕가

번거로움


난 증권회사 앱을 '월급이 들어오는 날''분배금이 나오는 날'에 설치한다.

바로 매수를 하고, 번거롭게 설치한 앱을 다시 삭제한다.


나를 위한 환경설정이다. 시장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원칙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시로 계좌를 들락날락거리고 있을 것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탕비실에서 숨을 고른 후 시장가로 재빠르게 산다.

시간은 5분도 안 걸리다. 분배금이 들어오는 날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보너스? 부스터?


대부분의 사람은 분배금 또는 배당금을 '보너스'라 생각한다.

1년을, 분기를, 한 달을 보유했으니 고생했다고 주는 잠깐의 보상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른 게 본다. 이건 '보너스'가 아니라, '부스터'다.


복리는 마법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아주 인간적인 습관이다.

쓰고자 하는 욕심을 참는 훈련, 그리고 기다림의 훈련.


분배금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그 돈을 다시 S&P 500으로 재투자한다.

'조금이라도 더'가 아니다. '시장을 신뢰한다'는 마음을 보낸다.


어느 날 깨달았다.

분배금을 소비로 바꾸는 사람과 투자로 이어가는 사람.

둘의 차이는 오늘 당장은 적지만, 10년 뒤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아깝다"는 말은 잠깐의 위로지만,

"다시 투자하자"는 결심은 투자의 결과를 바꾼다.


복리는 이자 계산기가 아니다. 내 안의 단단함이 얼마나 자라났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분 좋게 분배금 알람을 듣는다. 그리고 다시 받은 금액을 시장에 넣는다.

그건 내 돈이 일할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일이다.


나는 시장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반복한다.


그 단순한 반복의 힘이,

언젠가 내 인생의 모양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오늘도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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