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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에 주식시장으로 출근한다

꾸준한 자동투자의 습관 그리고 심리의 안정

by 코와붕가

20일 반반치킨 사는 날


월급날이 가까이 다가오면 설렜다.

유행하는 운동화, 멋진 시계, 연인과

멋진 저녁 약속이 기다리고 있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모래바람처럼 빠져나간다.

남는 건 '다음 달엔 좀 적게 쓰자'는

다짐뿐이다.


미국지수 ETF를 알고 나서부터 월급날을

'소비의 날'이 아니라 '투자의 날'로 바꾸기로

했다.


월급날 아침, 회사 탕비실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투자금액이 연금저축펀드, IRP,

ISA계좌로 자동이체 됐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는다.


전날 설치한 증권회사 어플에 접속한다. 총 세 개

의 계좌에서 S&P 500과 나스닥 100 ETF

반반씩 매수한다. 그리고 다음 월급날을 기약한다.

매수를 마치면 증권사 어플을 삭제한다.


이게 나의 6년 동안 지켜온 매수 원칙이다.

나는 이렇게 월급날 주식시장으로 잠깐

출근한다.


시장은 냉정하다. 하루하루의 등락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내 계좌는 시간과 함께 조금씩

자라난다.


폭락장이 오면?

내가 사고자 하는 ETF의 단가가 낮아질

뿐이다.


상승장이 오면?

그동안 월급날마다 모으고 심었던 씨앗들이

싹을 틔운다.


'꾸준함'이란 말은 식상하지만, 몸소 경험하는

꾸준함은 생각보다 어렵다.

뉴스 한 줄에도 매도 버튼에 손이 간다. 주변

사람들의 수익률 자랑에도 흔들린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그렇게 작은

유혹에도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월급날마다 같은

행동과 같은 버튼(매수)을 누른다.

단순한 행동 하나가 쌓이다 보면'꾸준함'으로

성장한다. 미래의 나의 노후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주식시장 출급하는 날은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이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내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루틴이다.

꾸준히, 단단히, 묵묵히 누구보다 바보같이.


그렇게 투자한 지 6년 차가 됐다. 매수하는 날

늘어난 수익을 보면 미소가 흐른다.

하지만 계좌 잔고보다 더 큰 자산이 있다.

'나는 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믿음 말이다.


월급날, 당신은 어디로 출근하는가?

앞으로도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단순한 투자 이상의 '삶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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