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내 책이 필요한 이유 6가지

by 러너인

2024년 1월 2일, 채팅방에 들어섰다. 10여 명의 글벗들이 있었다. 작가님이 입을 열였다. "앞으로 6주간 라이브 강의를 진행할 거예요. 출간 컨셉을 어떻게 잡는지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출간의 모든 과정을 함께할 건데요. 라이브 강의 시간을 정하려 합니다.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 중 하루를 정해보려 해요."

낭패다. 난 매주 화, 목 저녁에 바나나 러닝클래스 수업인데 어쩌지? 달리기 루틴, 사람들과의 관계, 꾸준한 운동도 내게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목요일 저녁 10시로 강의시간이 정해졌다. 러닝수업이 9시 반쯤 끝나니 오는 길에 줌으로 들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 걸으면서 들으면 되니까. 완전히 겹치지 않는 게 어디인가.

첫 번째 과제. 자기에 대한 100가지 글쓰기. 글감을 찾고 자신을 이해하는 과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닌 자기만 보는 글. 부끄러운 기억부터 성취까지 100이란 숫자가 채워질 무렵 깊은 이야기가 담겼다. 첫 강의는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정승우입니다. 대학에서 기획행정을 맡고 있는 19년 차 직장인이고 두 딸 아빠입니다. 말보다 글로 세상과 소통할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인간관계와 번아웃으로 한계라고 느껴지던 2020년 말, 달리기를 시작한 러너입니다. 풀코스를 넘어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완주하며, 사람들과 함께 한계에 도전하고 관계의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달립니다. 세상을 향해 불완전한 나를 드러내며 인스타에 짧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머릿속에는 ‘달리기’, ‘치유’, ‘자기 사랑’, ‘정화’, ‘세상과의 소통’ 같은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로와 힘을 주는 글로 서로를 안아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각자의 소개가 이어졌다. 싱가포르에서 접속한 분도 있고 대부분 자기만의 커뮤니티와 콘텐츠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분들이 많았다. 전자책이나 공저 경험도 있었다. 부럽고 살짝 주눅이 들었다. 저렇게 자기만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지고 이미 팬덤이 있고 오랜 시간 자기 콘텐츠를 쌓아오신 분들이니 가능하겠지만, 달리기 경험과 글들로 책을 쓸 수 있을까? 내가 가장 부족해 보였다.

그럼 또 어때? 우리 팀에서 유일한 남자사람이 나이고 40대 남자가 이렇게 책을 쓰겠다고 덤비는 용기 있는 사람도 나이니까. 달리고 일하느라 바쁘지만 누구보다 과제를 열심히 하고 완전히 몰입하기로 했다. 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이곳에 왔으니까. 작가님만 믿고 알려주시는 대로 내 것으로 소화하기로 다짐했다. 나는 울트라 마라토너니까.

강의 첫 시간. 훈련이 길어져서 시간에 맞춰서 먼저 나왔다. 아쉽지만 내겐 책을 쓰겠다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줌을 켜고 걸으며 들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씻고 싶고 배도 고프지만 흐름이 끊길까 봐 결국 집 앞 벤치에 앉아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첫 강의를 들었다. 나는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인생에 내 책이 필요한 이유 6가지'
1. 명함이나 포트폴리오가 필요 없다.
2. 다양한 수입 루트가 확보되고 부수입이 된다.
3.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삶에 의미가 더해진다.
4. 지난 시간들을 정리할 수 있다.
5. 또 다른 꿈이 생긴다.
6. 투자금이라곤 내 열정과 노력뿐이다.

인상 깊은 그라운드 룰이 있다. 프로젝트에 앞서서 작가님은 다음 네 개의 금지어를 정했다.
1. '나 못하겠어' 금지.
2. '나만 뒤처지네' 금지.
3. '이런저런 뻔한 핑계' 금지.
4. '피드백에 삐지기' 금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 '피드백에 삐지기' 금지에 웃음이 터졌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생각이나 글이 최고이고 좋게만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 조언하면 잘 들리지 않는다. 달리기도 이미 굳어져버린 나쁜 자세에 누군가 이야기하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가 배우러 여기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오히려 지적이 기쁨이다. 삐지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일에도 공감이 갔다.

선택받는 원고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린 자비출간이 아닌 정식으로 투고하여 선택을 받아서 책을 내기 위한 프로젝트팀이다. 그러려면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 책을 낼 수 있다. 작가님은 말을 이었다.
1.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포함시켜야 한다.
2. 독자에게 반드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가치, 재미, 동기부여, 경험, 노하우 등)

독자의 결핍을 찾아야 하고 내 잠재고객이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나의 노하우와 글이 그들의 어떤 욕망과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고.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책의 주제를 정하고 기획서를 쓰라고 했다. 진짜 과제가 떨어졌다. 나는 어떤 책을 쓰고 싶은가? 나만의 주제, 컨셉을 구상해서 제출할 것.

이제부터는 일하고 달리고 걸으며 버스 안에서 계속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야 할 시간이다. 핑계는 없다. 엄마가 준 소중한 기회를 날릴 순 없으니까. 무조건 작가가 되리라는 꿈을 안고 나는 막 달리기 시작했다. 3월에 있을 서울마라톤 풀코스도 중요하지만, 책 쓰기란 결국 또 다른 나만의 마라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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