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의 체력과 재력

한량주의보

by 반윤성
한량에 대하여

'한량'을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한가한 사람'이나 '한가한 낭인'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직업도 있고, 먹고 살만큼 모아둔 재산도, 내 집은 아니지만 등을 누윌 집도 있다. 다만 없는 게 있다면 텅 비워버린 한가한 주말의 시간을 채울 활동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한량이 마냥 할일없이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다.


주말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를 본다. 약 한 시간 동안. 요즘은 쇼츠라는 짧은 영상이 계속 나와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빨려 들고 만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다. 하루 동안 제일 고민되는 순간이지만 대체로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꽤 부지런한 편이어서 카페를 가거나 스터디를 나가서 꾸준히 뭔가를 준비하기 위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벌써 다 커버린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럴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저 앉아서 멍을 좀 때리다가 기를 모아서 보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는 편이다. 그런데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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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이미 마이너스 통장

최근 소위 무게 좀 친다 하는 사람들의 밈(Meme)을 들어 보면, 유산소 운동이나 체력 운동을 근육이 빠진다고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헬스 같은 활동을 할 때는 근육을 부풀리는데만 앞장섰지 러닝머신을 뛰거나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의 운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급격히 체력이 줄어감을 느낀다. 평일 업무를 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다 보니 음식물이나 수면을 통해 쌓아 둔 에너지원이 쉽게 고갈되어버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래도 비축고가 꽤 커서 휴식만 잘 취해줘도 회복이 되었는데 이제 마이너스인 상태가 기본이 되어간다.


그러다 보니 악순환에 빠진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권태로워지고 의욕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복싱을 시작했다.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줄넘기가 이렇게 힘든 운동일 줄, 주먹을 뻗는 동작이 이렇게 어려운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나 약해져 있었다니.


재력도 중요해

앞서 언급한 체력만큼이나 재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재력이란 '부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컨트롤하는 능력'이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자기 계좌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도 그 금액이 기억나는데 9,300원, 심지어 월급날이었다.


SNS를 통해 명품 구매를 과시하고, 좋은 호텔에서 묵고, 좋은 식사를 하고 있어서 돈이 많은 줄 알고 있었는데 충격이었다. 월급으로 들어온 돈을 그대로 다 써버리거나 심지어 카드빚을 갚느라 마이너스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을 할수록 음수가 되어버리니 차라리 백수로 지내는 게 더 나은 셈이다.


나도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곤 해서 그야말로 '텅장'이 될 때가 있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서 욕심을 줄이고, 허황된 마음을 소비로 푸는 행태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재력을 과시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근육 부풀리기 같은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면 그만인데 자꾸 '보이는 나'에 초점을 맞춰서 '세상 속의 나'가 초라하게 느껴지게 되고 다시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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