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이것은 집인가 방인가?
필자는 지방 출신이다. 초중고 학창 시절을 모두 지방에서 보냈으며, 심지어 대학교까지도 집 근처 30분 이내에 통학을 했으니 따지고 보면 시간을 많이 번 셈이다. 하지만 직장은 용케도(?) 서울로 잡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막연하게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원룸에서 독수공방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아버지는 내가 등본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이 시원하면서도 속상했는지 겸연쩍게 말씀을 하셨고, 어머니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녔겠지만, 정작 당사자는 오늘 먹을거리와 배치할 가구들을 정리하면서 신나게 솔로 라이프를 보냈다.
원룸에 살면서 깨달은 사실은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무엇하나 내가 가진 게 없다는 것이다. 소위 풀옵션이라고 하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가구 일체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취향이 아닌 집주인의 형편이나 목적에 따라 배치될 뿐이었다.
방에서 집으로 가보자고
그렇게 이번엔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해본다. 바로 온전히 내 집을 가지는 것. 세 번의 이사를 통해 얻은 것은 셀프 이사든 업체 이사든 이사는 자주 할게 못된다는 사실이었고, 거주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나 술 취한 취객이나, 길거리 흡연자, 비행 청소년이 많은 지역은 기피할만하니까 기피하는 곳이다.
그래서 집을 마련해 보기로 한다. 아마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지금이 이르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쩌면 큰 빚을 져야 하고 심지어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 고점에 시달리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다니 불나방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나는 그냥 같이 살 집이 필요할 뿐이다. 그곳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 때 누워서 쉴 수 있는 그런 집.
레버리지도 맞들면 낫다
자산에 부채가 포함된다는 것은 회계적으로나, 일반적으로나 맞는 말이다. 아마 지금까지 역사를 보아서도 양질의 레버리지로 투자한 사람들이 부자까진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에 그 명암을 잘 알 수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확실히 주택 매입은 부채가 필연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빚이란 '적어도 내가 감당가능할 수준의 빚'이다. 적절한 빚은 놀랍게도 가계에 보탬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헷지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사실 정답은 있다.
바로 집을 사는 것이다. 물론 폭락론자의 말처럼 앞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1 주택자 기준으로 집이 주는 안락함과 평화는 주민으로 하여금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다음 단계를 바라보게 한다. 근거는 매슬로우 욕구 계단의 소속과 안전 욕구를 채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