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인생은 하나의 큰 연극 무대다. 각자 맡은 배역이 존재하고 죽을 때까지 한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닌 나이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살아간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을 한 직장인은 아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마치 진눈깨비 같은 소년이지만 그럼에도 어엿하게 맡은 일을 척척해나간다.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소년은 줄곧 그랬듯이 앞으로도 월세로 살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가정을 이루는 행복한 상상 속에 안정된 기반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보니 수중에 얼마나 있는지 따져봤다. 3년의 직장 생활 동안 합계 약 6천5백만 원.
저렴한 콩나물을 사기 위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가는 비범함은 없었지만 소비보단 투자가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주식 수를 늘려가면서 쉽게 쉽게 모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도권의 집을 사기엔 턱없이.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제길.
내 집을 찾습니다
이 진눈깨비 소년은 사실 나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의 제목이기도 한 이 소년은 아이처럼 살고 싶으면서도 어른의 삶을 동경하는 내 모습을 투영한 대상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나는 어느덧 소유라는 이름의 욕구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올해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현금의 가치가 올라 주식, 부동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무주택자들은 근심이다. 이미 뜨겁게 타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도저히 저축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대출을 끼고 구매를 하자니 이자가 올라 부담이 크고 정부에선 이런저런 정책을 시행하곤 있지만 평균만큼의 소득으로도 해당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먹고 누울 작은 집이건만 다들 그 공간 하나를 갖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어떤 집이 좋을까
우리가 누구를 만나서 어디 사는지 물어보는 이유는 사는 곳이 그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 내 동네 근처에 살면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춘천에 살면 닭갈비를 떠올리듯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그 사람의 색깔을 강제로 매치시켜본다.
재미있는 건 신사, 한남, 청담과 같이 대표적인 부촌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선지 생각보단 그렇게 큰 반응이 보이진 않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가 수직으로 상승한 동네를 이야기하면 대화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 나도 살걸 그랬어, 운이 좋네, 벼락 거지와 같은 다양한 반응이 많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떠나 그런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 조사를 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좋을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이렇게 5가지로 분류했다.
교통
근처에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이 있고, 그곳은 출근길에 다급하게 뛰지 않아도 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치이다.
투자
재건축 대상이 될 집을 의미한다. 오래되었지만 위치도 좋고, 근처에 지하철 역이 들어선다거나 용적률(건물 높이와 토지면적이 엇비슷한 정도)이 낮은 주택이 대상이 된다.
환경
한강이 보이면 한강 뷰, 숲이 있으면 숲세권, 왕릉이 있으면? 실제 창릉 신도시에서 비슷한 이슈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근처에 녹지나 오솔길이 있으면 산책하기 좋지 않을까?
학군
주변에 학교가 있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학교는 사라지지 않고 줄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권
근처에 맛집이나 명소, 대형 마트나 상가가 있다면 근처 거주자에게도 매우 좋을 것이다. 생활하기도 좋고 근처 유동인구도 많아져서 지역의 가치가 자동으로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