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문제의 문제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힘든 일도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 흘려가듯 스쳐간 드라마의 한 대사 속에서 때론 어떤 영감을 받곤 한다. 소위 '내 집 마련'이라고 하는 판타지는 사실 내게 없었다. 매매보단 전세를, 전세보단 월세를 내면서 근근이 모은 돈으로 투자를 할 요령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집에 살면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독립 후 몇 년째 무주택자인 나는 이런 의문이 들곤 한다.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길래 다들 그렇게 집을 장만하려고 하는 걸까? 집값을 따져보면 젊은 나이를 모두 바쳐야만 살 수 있는 금액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우선 집을 샀을 때 장점을 생각해봤다. 법정스님은 비울수록 가득하다고 하지만 서울에선 비우면 비울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게 현실이다.
집을 사면 좋은 것들
1. 안전한 보금자리가 생긴다.
야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의식주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없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안식처에 도달해서야 사람은 마음을 놓고 쉴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충전된 몸과 마음은 내일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이왕이면 직장과도 가깝고 햇볕도 잘 들면 금상첨화다.
2. 자산 증식의 수단
세상에 부동산을 제외한 어떤 자산도 가격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40년이나 대출해주지 않는다.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소유주의 몫이기에 어쩌면 무엇보다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다. 심지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온대도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결코 심각하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3. 가족 간의 화합 그리고 재즈
퀴퀴하고 어두운 반지하를 생각해보자, 우연히 접한 내용인데 반지하에 살면 안 좋은 기운이 몸으로 흡수된다고 한다. 분명 얼토당토않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햇빛이 차단된 채로 먼지와 소음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좋은 기운이 생길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만약 가족들과 좋은 집에서 같이 어울린다면 하는 일은 더 잘될 테고, 집을 근본으로 삼아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치 빈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안에서 문제를 찾지 마
우리는 가끔 생각보다 일이 안 풀릴 때면 자기 안에서 문제를 찾곤 한다. "그때 내가 이렇게 행동했었더라면"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라면 그 사람은 오히려 신에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사람에겐 자기만의 그릇이 있다. 타고 난 그릇을 좁히던 늘리든 간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매몰되지 말도록 하자. 이 말을 그대로 부동산에 대입해보면,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거스를 수도 없고, 내가 산 집이 무조건 오르리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에 보장된 것은 죽음과 세금밖에 없다. 지난날들을 부정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기회와 당장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집중해보자. 어쩌면 찬장 바로 앞의 케첩을 눈에 두고도 못 찾는 것처럼 당연해서 놓치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