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2 - 속삭임의 시간
낮잠에 빠진 듯 고요한 교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결코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미라주뉘는 천천히, 그들 사이를 걷는다. 발소리는 없다. 그림자도 없다.
그는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했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미라주뉘: (속삭이듯) 감정은 누구나 가지는 게 아니야.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거지.
그는 먼저 민재의 책상 옆에 선다.
민재는 멍하니 손톱을 뜯고 있다. 뭔가를 느끼듯, 미묘하게 떨리는 손끝.
미라주뉘: 넌 아무 잘못도 없었어. 그저, 네가 가진 감정이 이 사회에 맞지 않았을 뿐. 그래서 넌 침묵을 배웠지. 멀쩡한 척, 쿨한 척, 괜찮은 척.
민재의 눈이 한순간, 허공을 스친다.
그는 그 말이 들렸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인다.
미라주뉘: 괜찮아. 아직은 아니야. 넌 곧 내 쪽으로 걸어오게 될 거야.
다음은 지후.
창가에 기댄 그의 눈은 오래전 꺼진 별처럼 빛을 잃고 있었다.
미라주뉘: 넌 바보가 아니야. 다만 그 바보처럼 굴었을 뿐. 칭찬도, 기대도, 무너뜨리기엔 너무 버거웠지. 지후는 볼펜을 떨어뜨린다.
턱.
그 소리에 몇몇 학생이 힐끔 돌아보지만, 아무도 말은 하지 않는다.
미라주뉘: 이 교실은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그걸 해방시켜줄 수 있어. 너희 감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어.
그 순간, 창밖으로 뻗은 나뭇가지가 유리창을 톡톡 두드린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림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지막으로 아림.
체육복을 챙기지 않은 그녀는, 교과서 사이에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나 없는 하루가, 세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미라주뉘: 너는 사라진 게 아니야. 다만 보이지 않았던 거야. 그 누구도 널 찾지 않았을 뿐이지.
미라주뉘: 지금껏 누구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겠지. 감정이 있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그는 조용히 웃는다.
교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이제 ‘무언가가 깨어나기 직전의 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 순간.
옥상 위에서 스트라이프의 기척이 다시 느껴진다.
스트라이프: 너의 방식은 교묘하군. 감정을 위로처럼 포장한 폭력.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목을 한 번 크게 젖힌다. 눈썹이 한 번 떨리고, 손가락이 떨림과 함께 구부러졌다가 펴진다. 틱처럼 반복되는 움직임. 그의 어둠은 감춰지지 않는다.
미라주뉘: 넌 아직도 감정을 두려워하지. 네 방식은 없애는 것. 난, 그 감정들을 해방시키는 것.
스트라이프: 해방? 그것은 파괴다. 그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감정이라는 이름의 화염 속에서…
미라주뉘: 그럼 네 방식이 더 낫다고? 기계처럼 만들어서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해?
스트라이프는 눈을 크게 깜빡이며 짧게 웃는다. 웃음은 금세 목에서 끊겨 나간다. 두 어둠은 말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교실 한 가운데에서.
이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한 그의 눈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세한 ‘흠’이 생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