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피소드 10 – Bravery. 3

파트 3 - 갈라지는 마음

by The being

미라주뉘의 속삭임은 물결처럼 퍼졌다. 소리도 없고 손짓도 없었지만, 그 말들은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살아 있었던 문장을 깨웠다.


민재는 책상 아래에서 손을 움켜쥐었다.


“괜찮아”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아이. 하지만 그 말이 진심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재 (속으로): 지금껏 아무 일 없는 척 살아온 게 자랑이었나… 아니, 생존이었지.


근데 이대로 또 아무 일 없게 살아야 하나?


지후는 자신의 책상 위에 떨어진 볼펜을 집지 않았다. 아무도 줍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혼자서 무너지는 법을 배웠고, 그걸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지후 (속으로): 그 사람이 말했지. 감정이 무기라고. 근데 나는 그 무기를 가질 자격이 없는 줄 알았어.


아무도 내 감정을 들어본 적 없으니까.


아림은 공책에 끄적인 낙서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그것을 천천히 찢었다. 그 종이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괜찮지 않다.’


아림 (속으로): 그 말이 교실에선 안 통하잖아. 웃어야 해. 밝아야 해. 아무렇지 않아야 해. 근데 지금… 누군가 내 속을 봐버린 기분이야.


그들의 시선은 서로를 향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고요한 혼란은 이 교실을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혼란의 중심에 선 아이가 있었다.


이든.


그는 이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엔, 어떤 무력감과 두려움이 서서히 번져가고 있었다.


이든 (속으로): 감정은 사치다. 감정은 약자들의 무기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는데… 만약 내가 틀렸다면?

그 순간, 천장 위의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누구도 그 작은 진동에 주목하지 않았지만, 미라주뉘는 미소 지었다.


미라주뉘: 갈라지기 시작했군. 조용한 폭발이 곧 올 거야.


-그리고 옥상 위.-


스트라이프는 여전히 그 기류를 감지하며 몸을 삐끗였다. 그의 목이 짧게 꺾였고, 한쪽 어깨가 불쑥 튀어나왔다.


스트라이프:(틱) …흐읍… 이든은 내 쪽이야. 저 아이는 감정을 감추는 데 성공한 아이지. 그걸 부수면, 되돌릴 수 없어.


미라주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미라주뉘: 아니, 스트라이프. 그는 성공한 게 아니야. 그건… 실패를 감추는 데 익숙해진 거지.

교실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아이들은 아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정은 이미, 말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던 무언의 경계선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