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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2 – FORBIDDEN LOVER

Part 1 - 망항시

by The being
나에게 정의란..

Part 1 - 망항시


망항시는 언제나 바다와 함께 깨어났다.

아침 햇살은 수면 위에서 은빛 파편처럼 흩어지며, 항구 전체를 반짝이게 했다. 부두에는 새벽 조업을 마친 고깃배들이 줄지어 정박했고, 젖은 그물에는 여전히 바닷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안에는 막 잡아 올린 고등어와 갈치가 펄떡이며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날개를 파닥이며 그물 위를 기웃거렸고, 어부들은 거친 손으로 물고기를 떼어내며 시장으로 실어 나를 준비를 했다.


시장 골목은 벌써 활기가 넘쳤다.


상인: “자자, 오늘 잡은 생선이야! 싱싱하다!”

손님: “얼마예요? 두 마리만 줘요. 오늘 저녁에 조림해야지.”


사람들의 목소리는 얽히고설켜 하나의 웅성거림이 되었고, 그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다. 관광객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고, 서로의 웃음을 기록했다. 바람은 짭조름한 소금을 실어와 옷자락에 달라붙었고, 파도는 부두 밑을 두드리며 규칙적인 박자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풍경은 보기엔 완벽한 평화였다.


그러나 그 평화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은 다르다.

부두 끝에 홀로 서 있는 미라뉘주.

그의 외투 자락은 바람에 힘없이 흔들렸고, 눈동자에는 깊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 수많은 싸움과 패배, 그리고 다시 일어섰던 기억이 무겁게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미라뉘주: “여기가 내 고향… 그런데 왜, 내겐 평화라는 게 없었을까.”


그의 낮은 목소리는 파도에 삼켜져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았다.

눈을 감자, 오래 전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 회상 -


망항시 고등학교, 전국 모의고사를 앞둔 어느 날.


교실 안은 불길한 소문으로 술렁거렸다.


학생1: “야, ○○ 이번 시험 문제 미리 받았다던데?”

학생2: “헐, 진짜면 장학금은 따놓은 거네.”

학생3: “설마… 근데 요즘 하는 꼴 보면 수상하긴 하더라.”


미라뉘주의 손끝이 떨렸다. 며칠 전, ○○가 책 속에서 시험지를 꺼내 훑어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건 분명 아직 배부되지 않은 문제지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교무실로 달려갔다.


미라뉘주(학생): “선생님! 시험 문제가 유출됐습니다. ○○가 갖고 있는 걸 제가 직접 봤어요!”


교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냉랭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교사1: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잘못 본 거겠지.”

교사2: “괜히 친구 모함하지 마라. 이런 말 함부로 했다간 큰일 난다.”

미라뉘주(학생): “아닙니다! 똑똑히 봤습니다! 이대로 덮으면 다 피해를 봐요!”


그러나 돌아온 건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교사3: “그만해. 네가 뭘 안다고 어른 일에 끼어드냐. 입 다물어라.”


숨이 막히는 공기. 결국 그는 교무실에서 내쫓기듯 나왔다.


문을 나서는 순간, ○○가 벽에 기대 기다리고 있었다.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 “네가 선생님들 앞에서 떠들었다며? 감히 날 모함해?”

미라뉘주(학생): “모함이 아니야. 네가 문제지를 갖고 있는 걸 내가 봤어.”

○○: “하, 누가 널 믿겠냐? 선생님들도 다 내 편인데.”


비웃음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순간 어깨가 부딪혔고, 두 사람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학생들: “야, 싸운다!”

학생들: “붙었다 붙었어!”


책가방이 바닥에 나뒹굴고 종이들이 흩날렸다. 복도는 순식간에 소란으로 가득 찼다.


잠시 후 교사들이 달려와 두 사람을 떼어냈다. 그러나 판결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교사1: “증언 다 들었다. 네가 먼저 손 썼다더라. 정학이다.”

미라뉘주(학생): “말도 안 돼요! 전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교사2: “그만해라. 세상은 네 정의감대로 굴러가지 않아.”

○○는 멀쩡히 풀려났고,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


학생들의 수군거림은 더 날카롭게 꽂혔다.


학생1: “괜히 나섰다가 정학이나 먹고 꼴좋네.”

학생2: “쓸데없는 정의감 부리더니, 역시 저럴 줄 알았다.”


그 순간 창밖에서 투둑 소리가 들렸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더니 곧 굵은 비가 쏟아졌다.


교무실 문을 나선 미라뉘주.


비는 이미 운동장을 흙탕물로 바꿔놓고 있었다. 그는 우산도 쓰지 않고 교문을 향해 걸었다.

머리카락이 젖어 이마에 달라붙고, 교복은 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졌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달려갔지만, 그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발자국마다 흙탕물이 튀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지만 닦지 않았다.


미라뉘주(학생):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난 포기하지 않아. 정의는… 반드시 필요해. 그렇다면 내가 해내겠다. 내 힘으로.”


번개가 멀리서 번쩍이며 그의 눈동자를 스쳤다.

지쳐 쓰러질 것 같던 눈 속에, 꺼지지 않는 결의가 새겨졌다.

빗소리는 거세게 내렸지만, 그는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의 걸음은 무거웠지만,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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