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9 – 어둠과 노래의 충돌
(광장. 저녁의 공기가 짙게 가라앉아 있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발밑에서 반짝이고, 먼지와 연기가 눈을 자극한다. 사람들의 고성이 천둥처럼 이어지고, 그 소리는 증오와 두려움으로 뒤엉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논알콜은 중앙에 서 있다. 그의 두 손에는 자비가 건넨 마이크, Voix Divine(부아 디빈느) 가 쥐어져 있다. 낡아 보이지만, 손끝에서 묘한 열기가 퍼진다.)
논알콜: (숨을 고르며) “…이제, 시작이야.”
(그는 마이크를 입술 가까이 가져간다. 숨이 떨리지만, 입술이 움직이는 순간 공기가 흔들린다.)
논알콜(노래, 낮고 맑게):
“꺼진 불씨, 바람이 스치면 다시 숨을 쉰다—
잃어버린 별빛도, 새벽이 오면 길을 찾는다.”
(짧은 구절. 하지만 광장은 일순 조용해진다. 욕설이 입안에서 막히고, 들던 돌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림자 병사들의 윤곽이 흐릿해졌다 다시 짙어진다. 사람들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보존파 주민: “…멈췄어?”
찬성파 상인: “아니, 방금… 노래였나?”
(잠깐의 정적. 그러나 곧 미라뉘주가 웃음을 흘린다. 그의 그림자가 발밑에서 번져나와 다시 사람들의 몸을 감싼다. 움직임이 커지고, 군중의 손에 들린 물건들이 더 거칠게 휘둘려진다.)
미라뉘주: “예쁜 불씨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건 불꽃이 아니라, 화염이지.”
(자비가 곁에 선다. 그의 모습은 신비롭고 설명할 수 없지만, 존재 자체가 공기를 달리 만든다. 목소리는 낮고 따뜻하다.)
자비:
“잘했어. 지금 너는 아주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한 걸음만 더 내딛어 보렴.”
(논알콜은 자비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심장을 다잡는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지만, 마이크는 떨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 울림
논알콜(노래, 조금 더 힘주어):
“무너진 벽 틈, 작은 숨 한 줌—
여길 지나,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소리가 퍼진다. 군중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앉는다. 보존파의 청년이 눈가를 훔친다. 찬성파의 아주머니가 손에 쥔 돌을 내려놓는다. 그림자 병사들이 흔들리고, 형태가 균열진다.)
프린터: (뢰브 펜으로 휘갈기며) “지금! 경계가 열렸어, 3시 방향!”
선희: (페이트 가이드의 바늘이 가리킨다) “맞아, 저 틈으로 파동이 스며들고 있어!”
노블: (記錄을 멈추고 소리친다) “지금이야, 계속 불러!”
(그러나 미라뉘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젓는다. 손짓 하나에 그림자들이 응집해 거대한 형체를 만든다. 광장을 가로막는 검은 파도가 솟아올라 사람들을 뒤덮으려 한다.)
미라뉘주:
“아름답지만, 그건 약한 자의 위안일 뿐.
힘은 먼저 움켜쥔 자의 것이지.
나는 오늘, 이 땅을 움켜쥔다.”
(그림자 파도가 몰려오자 사람들은 다시 비명을 지른다. 아이가 울부짖고, 상인들이 기름통을 밀고 나온다. 라이터 불꽃이 깜빡이며 살아난다.)
논알콜의 흔들림과 자비의 부드러운 말
논알콜: (숨 가쁘게) “…안 돼. 내가 해도 소용없어. 곧 다 무너질 거야.”
자비: (조용히, 따뜻하게)
“아니야. 너의 노래는 이미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어.
그걸 믿어. 네가 믿는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거야.”
(논알콜은 눈을 감는다. 픽스와 함께 웃던 장면, 아이의 눈빛, 새벽의 종이컵… 그 모든 순간이 가슴속에서 이어진다. 그는 마이크를 더 강하게 쥔다.)
논알콜(노래, 울먹이며):
“나는 네가 웃게 만든 사람.
나는 네가 준 숨으로 다시 노래하는 사람.
(마지막 음절이 울리자, 광장이 진동한다.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는다. 거대한 그림자 병사의 몸통에서 금이 간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자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래, 바로 그거야. 네가 누구인지, 네 스스로 보여준 거야.”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광장 외곽, 찬성파 무리가 라이터를 든다. 기름통이 굴러온다. 불꽃이 붙으려는 찰나.)
선희: “논알콜! 지금 멈추면 안 돼!”
프린터: “방향은 건물벽과 가판대 사이! 그 틈을 겨냥해!”
노블: “17:19— 화기 발생, 임계 상황!”
(논알콜은 마이크를 움켜쥔다. 숨을 고르고, 아직 쓰지 않은 음역을 끌어낸다.)
논알콜(노래, 단호하게):
“지금 멈춰라.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되기 전에.”
(불꽃이 꺼질 듯 흔들린다. 그림자 병사들의 몸통에 더 큰 균열이 난다. 광장이 숨죽인다. 모든 것이 경계에 걸려 있다.)
미라뉘주: (미소를 지으며)
“결정해라, 노래의 주인.”
자비: (부드럽게, 마지막 한마디)
“네 안에 이미 답이 있어. 그걸 꺼내면 돼.”
(논알콜의 눈빛이 확 바뀐다. 그는 Voix Divine을 입술 가까이 당기고, 한 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목 안쪽에서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음역이 열린다. 다음 한 음이, 광장의 운명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