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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zenmehl 독일 밀가루

독일 빵을 만드는 근본 밀가루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by 연우

독일에 와서 개인 자동차가 생기기까지 꽤 여러 날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다니고는 했다. 물론 지금도 운전하지 않고 버스 타고 전철도 타고 트램도 타면서 이곳저곳을 다닌다.

사실 독일은 한국같이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운행되는 곳이 아니기에 자동차로 10분이면 가는 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넘게 걸리기 일쑤다. 그래도 가끔 일부러 전철을 이용하여 가는 대형마트가 있다. 마트 가는 길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버려진 공터인 줄 알았던 너른 벌판에 봄이 되니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열 지어 올라왔다. 뭔가 자라는구나 싶더니 5월의 어느 날 형태가 갖춰진 모습으로 늠름히 자라 있는 작물이 보였다.

바로 "밀"이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설레는 풍경이라니.


몇십 년 살면서 밀 밭을 한 번도 못 본 내가 마주한 풍경은 중학교 때 처음 개장한 잠실 롯데월드에 들어섰을 때의 감흥보다 백배는 더 떨렸다.


그 길을 걸으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도 보고. 누가 보는지 둘러본 후 이삭을 살짝 건드려도 보면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날 이후 생경한 풍경을 잊을 수 없어 나만의 아지트처럼 들락거리던 어느 날.

앗! 흡사 가을을 연상케 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여름초입 6월 말의 가을가을이라니. 아마도 늦가을 파종된 겨울밀인 것 같았다.


밀은 파종 시기에 따라 겨울밀과 봄밀로 나뉜다. 겨울밀은 9월~11월 사이에 파종되며 7월 중순~ 8월 초 정도에 수확이 된다.

참고로 봄 밀은 3월~5월에 파종되어 100일에서 120일 이상 생육기간을 거쳐 수확된다고 한다.




독일 마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밀가루 종류. 독일 밀가루는 'T'로 시작하는 숫자 코드로 구분됨.


이렇게 밀이 주식인 문화권에서 마주친 원재료. 역시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로 주식을 삼는다는 식문화의 기본상식을 확인하는 일상이 재밌다.

독일 밀가루는 T로 시작하는 숫자 코드로 용도를 구분하는데, T405은 가장 흰 밀가루이며 케이크, 페이스트리용도, T550중간 정제식사용 빵을 만드는 밀가루로 브뢰첸, 바게트용이다. T812는 진한 밀가루로 시골빵, 혼합빵을 만들 때 이용된다. T1050은 거친 밀가루이고 짙은 풍미의 빵 용도이다.

T1600은 거의 전립분 수준의 거친 느낌의 밀가루이고 무거운 전통 빵을 만들 때 사용한다.

김치 부침개를 만들어 먹을 때면 T405와 T1050를 섞어서 반죽하는데, 좀 묵직한 반죽이지만 적당한 탄력이 생겨 괜찮다.


혹시나 한국에서 맛보는 유럽 스타일의 빵에 대해 낯선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밀가루의 다름을 의심해 볼 만하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밀가루와는 확연히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영양학적으로 밀가루를 나쁜 식재료로 낙인찍은 정보가 유통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엄밀히 밀을 제분하는 가공과정이 문제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독일 빵을 먹으며 원재료 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건강한 밀이란 무엇일까? 원래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란 밀. 단지 그뿐이지 아닐까? 혼자 묻고 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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