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기 Day-6
믿기지 않았다. 비가 오고 있었다. 오늘은 씽씽이를 사서 스탠리 파크를 한 바퀴 돌아보려 했는데 일정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일단 아침은 맛있게 먹었다. 마켓에서 양상추를 사서 고기나 구워서 곁들여 먹자 했는데 숙소에 인덕션이 없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편의점에서 감자 샐러드를 산 것과 양상추 토마토를 같이 먹으니 식당에서 사 먹는 맛과 다르지 않았다.
숙소 근처 자전거 가게에 들러 씽씽이를 구매했다. 가격은 비쌌지만 나중에 중고로 팔 생각하면서 구매했다. 아저씨가 결재하는 와중에 삼성 갤럭시를 칭찬했다.
친한 친구도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했었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중에 하나는 친구에게 꽤 많은 사람들이 "Is that Samsung?"라고 많이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삼성 핸드폰이 왜?
이걸 이야기해주는 친구의 발음이 너무나도 정확해 많이 들어봤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심지어 씽씽이를 구매하다 훅 들어올 줄은 몰랐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이제 6일째가 되니 익숙해졌는데 씽씽이를 타고 달리니 감당할 수 없는 스피드에 새로운 길이 되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스탠리 파크에 갈 수 없었다. 그때 재즈 밋업이 떠올라 펍으로 향했다. 밋업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갖는 것이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버스 타고 가고 싶었지만 도로에서 행사가 열려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아 걸어야 했다.
적당히 행사와 떨어져 돌아간 곳에서 버스를 탔는데 카드가 찍히지 않았다. 동전을 내겠다는 내 의사에도 불구하고 버스 기사는 그냥 태워주었다.
펍은 호텔 안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일단 호텔 안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로비의 모습은 전혀 재즈 밋업과는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호텔 매니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호텔에 숙박할 거냐 물어보기에 핸드폰 화면 속 밋업 정보를 보여주며 여기 가고 싶다 하니 직접 안내해주었다.
할아버지를 따라간 곳은 마치 영화에서 본 것 장면처럼 새로운 세상이었다. 엘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토끼굴과도 같이 호텔과는 딴판인 펍이 있었다.
구석에 자리 잡아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고 재즈를 감상했다. 사람들은 전부 할머니 할아버지였는데 캐나다에서 재즈는 트로트와 같은 것인가 싶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찾아온 동양인이 궁금했는지 니혼징 데스까라며 말을 건넸다.
여기 와서 일본인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한국인들이 아무리 밴쿠버에 많이 있다 해도 한국은 아직 덜 알려졌나 보다. 차라리 아임 프롬 삼성 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주스와 도넛을 먹으며 즐기는 재즈는 이 순간을 우울해하지 말고 즐기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다운타운이랑 좀 떨어져 있어 해지기 전에 얼른 숙소로 가야지 생각해서 공연 중간에 나왔다.
그런데 상상 그 이상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홈리스들이 너무 많았다. 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버스비가 아까워서 인지 버스를 타고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입을 굳게 다물고 다부진 표정과 함께 살아서 돌아간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걸어갔다.
관광객들의 명소인 가스 타운이 다와 가자 홈리스 무리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어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20분 정도의 거리를 단숨에 걸어왔다.
이 이후로 다시는 그 거리를 걷지 않고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때의 무서움은 난생처음 겪어본 것이었다.
숙소로 들어왔는데 긴장감에 아드레날린이 솟아났는지 씽씽이를 끌고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몸 균형을 맞추느라 힘이 들어가는지 온 몸이 뻐근하고 숨이 가빠졌다. 몸의 중심을 손에 실었더니 손목도 아팠다. 참 나이 먹어서 이 씽씽이를 타면서 카페 알바 구해야 한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지 싶다.
좀 더 젊었을 때 올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