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워홀 준비의 막바지인 유심과 은행계좌 개설을 하는 날이다.
먼저 핸드폰 개통하려고 랍슨 스트릿으로 걸어가는데 이 거리는 쇼핑의 거리인지 가고 싶던 브랜드의 옷가게들이 많았다. 일단 유심이 먼저이기에 빅토리아 시크릿을 훑어보고 매장으로 향했다. 개통은 별 문제가 없었고 드디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은행만 가면 되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은 가자마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은행 직원과 만나기 위해선 예약해야 했었다.
1시 정도에 방문했지만 약속 시간은 4시라 일단 은행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한층 추워진 날씨에 바로 옆 패시픽 센트럴로 들어가 옷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여름옷 정리 시즌이라 세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관광객도 아니고 이번 한 번만 방문하는 것도 아니니 당장 필요한 후드 종류가 세일하는지만 살폈다. 아베크롬비에서 적당한 후드가 75유로에서 29유로로 세일하길래 구매했다. 쇼핑을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후드를 걸치고 미술관 앞 광장에 앉아 햇살을 쬐면서 빨강머리 앤을 소리 내어 읽었다.
5일째 나의 영어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연음과 발음이었다. 물건을 구매할 때 나한테 다시 되묻곤 하는데 내 목소리가 작아서이거나 발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발음을 고치기 위해서 일단 말을 해야 할 텐데 말할 기회가 아직은 많이 없었다. 그럼 기회를 만들어야 하니 책을 읽는 방안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리고 연음이 있을만한 부분에서는 반복해서 읽어 신경을 써주었다.
약속 시간이 다되어 은행으로 들어가 담당 직원을 찾았다. 직원은 너무나 친절했고 말이 빨랐고 눈치로 대충 때려 맞췄더니 카드가 생겼다. 이제 허리에 찬 복대와는 안녕이다.
마지막 마무리로 수고한 나에게 파이브 가이즈라는 선물을 주었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이후로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파이브 가이즈는 눈물겹게 맛있었고 감자튀김은 차고 흘러넘쳤다.
밴쿠버에 있던 365일 중 유독 이 날이 기억에 남는다. 그 날의 따뜻한 햇살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꼭 봄날의 새싹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