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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04. 2019

[고‧그‧답]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3-피아노치기는지겨워

부모가 바라는 거 말고, 내가 원하는 거!


[고‧그‧답]

 =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 형식으로 새롭게, 어른도 읽는 그림책에 이어집니다. 


Q.-1 고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줄곧 미술학원 다니고 있구요, 얼마 전부터는 대입 입시전문미술학원으로 옮겼어요. 대학은 시각디자인으로 보낼까 하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미술로 대학을 안 가겠다고 난리를 치네요. 본인도 지금껏 그렇게 하겠다고 했거든요. 큰대회 수상경력도 많고, 미술에 소질도 있고 애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지껏 뒷바라지 해왔는데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니 미치겠어요. 그 전부터 검도를 배우겠다고 하는 걸 무슨 여자애가 그런 걸 배우느냐, 미술만 해도 시원치 않다고 혼을 냈는데 저 몰래 배우고 다녔었나 봐요. 그저 가벼운 운동을 하는가 보다 했더니 자신은 운동체질이고, 하루 종일 앉아서 붓가지고 노는 것도 싫고, 미술로 대학은 절대 안 간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요. 저는 결혼 전에 집이 가난해서 미술 공부도 못하고 출판사에 취업해서 참고서 표지 디자인을 했거든요. 잘 나갔어요. 일할 때도 태교한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했어요. 애도 그 영향을 받아 그런지 잘 해왔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하고 싶어도 못했던 공부를 이어서 소질도 살렸으면 했어요. 지금까지도 군말 없이 잘 해오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로 대학가고 싶다고 하네요. 이제 사춘기가 오는 것 같은데 어쩌면 좋아요?


Q.-2 엄마는요, 제가 미술로 대학가기를 바래요. 전 정말 하기싫고, 죽고싶을 만큼 하고싶지 않은데 엄마는 그걸 몰라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건 태권도나 검도같은 운동이예요. 그런데 엄마는 ‘여자가!’, ‘위험하게!’라며 못하게 말려요. 왜 여자는 운동하면 안 되나요? 여자가 하면 위험하고 남자가 하면 위험하지 않은게 운동인가요? 검도를 2시간도 해 봤고 8시간도 해 봤어요. 엄마 몰래 하다가 이제는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고 이것으로 대학 가서 청소년들에게 지도해주는 관장님 되고 싶어요. 미술은 엄마가 하고 싶어하는 거지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엄마는 그걸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 좋아하지도 않는데 엄마가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맞춰서 하긴 했는데 이젠 지치고 힘들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검도 배우고 싶어요. 매일 학원에 전화해서 감시하고 다그치고 시간 체크하는 엄마 때문에 죽고 싶어요. 


A. 먼저 어머님의 고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인지, 미술로 대학을 보내고 싶은 건지, 검도를 하는 게 못마땅 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어머님의 고민은 지금까지 해 온 미술공부가 아깝고, 대학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검도로 전향한다고 하니 검도로 대학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공부를 해 오던 아이가 갑자기 진로를 바꾼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을까요?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도 아마 비슷한 감정이 들 것이라 봅니다. 전공이 전혀 다른 분야인 것도 놀라지만, 입시를 1년 정도 남긴 상태에서의 갑작스런 진로 전향은 충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입시제도에서는 더욱 놀랄 일입니다.    

제가 부모교육을 하거나 상담을 할 때, 주변 사람에게도 평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범죄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것이 아니라면,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세요. 물론 ‘입시제도’라는 것만 보면 힘들 수 있겠지만 자녀가 ‘건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의 입시에서 대학 당락을 고민하기 보다는 일단 자녀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하고 그것으로 본인이 원하는 학과에 진학 할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대학에 입학 한 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이 절반 이상은 중도포기를 하거나 입학 자체를 거부합니다. 평생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이죠. 


여러분들 혹시 그런 경험 있지 않으셨나요? 내가 즐거운 건 밤새해도 피곤한 줄 모르고 하는 거, 그런 거 있잖아요.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지금까지 공들인 게 헛된다고 생각하면 아깝고 아쉽고 뭔가 잘 못 된 것 같아서 돌이켜 보고 되짚어 보게 되는 건 맞아요. 또 대학에 입시 결과만을 보면 시간이 짧을 수도 있어 더 고민되고 이도저도 아닌 게 될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의 걱정과 불안이 고조되어 나타난 것이고 보여 집니다.   

 

고민을 나눠주신 어머님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다비드 칼리 글, 에릭 엘리오 그림, 비룡소 출판사에 나온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입니다.

피아노를 정말 치기 싫어하고 엄마한테 피아노 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게 어려운 주인공 마르콜리노. 피아노를 칠만하면 tv를 보며 딴짓하는데 그 때 마다 엄마의 감시망에 걸려 피아노에 붙잡히는 주인공 마르콜리노는 엄마를 위해 피아노를 칩니다.

마르콜리노는 자기를 믿고 자기를 잘 이해해주는 할아버지한테 자기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주인공의 고민이 엄마에게 전달되어 집니다.

 엄마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를 위한 것인 것을 깨닫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튜바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마르콜리노는 피아노 앞에서 10분도 못 있었는데 튜바연주자가 꿈이 되 순간부터 3시간도, 간식먹는 것도 잊으며 즐겁게 연습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못 알아챌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따라가면 됩니다. 따라가다 보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바라는 것, 필요한 것 등을 스스로 알게 되는 때를 만나게 됩니다. 비로소 그 때가 되면 하고 싶은 것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겠죠. 이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대상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 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말할 수 있는 용기’로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면 서로의 오해도 풀 수 있고 긴 시간의 헛됨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마르콜리노는 엄마에게 직접 말할 용기가 없었으나 할아버지께는 편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불편하지 않게 했네요. 위에 말한 것처럼 ‘말 할 수 있는 용기’와 ‘정확한 의사표현’을 한 보람을 느끼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 즐겁게 연습합니다. 


어떠세요? 고민하는 연령이나 영역이 조금 다른 듯 하지만 어머님의 고민과 자녀분의 고민이 이 그림책과  비슷하지 않나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바라는 바를 절충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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