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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06. 2019

[고‧그‧답]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4-다시 그곳에

기다려주는 곳으로 찾아가세요


[고‧그‧답]

 =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 형식으로 새롭게, 어른도 읽는 그림책에 이어집니다.     

[고‧그‧답]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4-다시 그곳에


Q. 스물 다섯 살 직장인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저는 어릴 적 친할머니가 키웠어요. 시골은 아닌데, 멀지는 않은데,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요. 가난한 집, 부모님은 이혼해서 제겐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그렇지만 할머니는 저를 부모 없이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무척이나 아끼고 잘 돌봐주셨어요. 그건 알아요.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할머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가난한 집, 친구들에겐 다 있는 부모 없는 집이 싫은거, 그래서 할머니가 잘 해주실 때 마다 더 화내고 짜증내는 거 그런 거 있잖아요. 할머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화풀이를 다 할머니한테 했어요. 할머니가 사주시는 옷도 마음에 안 들어서 할머니 몰래 지갑에서 돈 홈쳐서 시내 가서 친구들과 옷 사 입고 떡볶이 사먹고 왔으면서도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은 배 아프고 맛없다고 안 먹고 밥상 밀어버렸어요. 할머니가 해주시는 반찬은 왜 그리 맛이 없던지, 그 흔한 줄줄이 비엔나를 먹고 싶다고 떼를 쓰면, 기름도 넣지 않아 쫄깃하지도 않고 맛없다고 친구들 엄마가 해주는 반찬보다 맛없다고 신경질 내며 할머니를 무지 힘들게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무조건 탈출하겠다고 벼루다가 전문대 합격해서 할머니 집을 벗어났어요. 그 뒤 한 번도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았어요. 고모한테서 할머니 소식은 들어요. 저를 보고 싶어 하신다고, 어디 아픈테는 없느냐고 물어보신대요. 저도 할머니 보고 싶은데, 명절이라고 갑자기 내려가는 것도 우스울 것 같고, 지금 뜬금없이 내려가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혼날까봐 걱정해서 못 내려가는 게 아니라 할머니를 볼 자신이 없어요. 너무 불효했거든요.


A. 어릴 적, 청소년 시절은 외롭지만 할머니의 우주 안에서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라셨네요. 제가 생각하는 할머니는 우주랍니다.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되게 하시고, 부모님한테 혼나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이르면 부모님이 꼼짝마라 할 때도 있잖아요. 저는 아주 어릴 적, 애기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는 추억이 전혀 없어 그 분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 무척이나 부럽답니다. 말라비틀어진 박하사탕을 주시는 할머니가 그리워 박하사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오히려 박하사탕을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 먹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저런 추억 하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합니다.


어릴 적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시죠? 할머니 덕분에 이렇게 잘 컸다고, 직장생활도 잘 하고 있다고 연락드리고 싶으시죠? 그렇지만 오랜 기간 할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찾아뵙지 못하시네요. 할머니도 아마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만 내심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혼내실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곧 찾아 뵈어보세요. 출발하기 전에, 아니면 할머니가 계신 근처 터미널에 도착해서 몇 뒤 도착한다고 전화 해보세요.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깜짝 선물을 받아 기쁨의 상봉 눈물을 흘리실지 몰라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너무 오래 끌지 마시고 바로 실천해 보세요. 더 늦기 전에요.

연상되는 그림책이 있어서 소개해 드릴게요.


<다시 그곳에> 나탈리아 체르니셰바 글, 그림, 재능교육

줄거리는, 다 자라 숙녀가 된 딸이 시골에 혼자 계시는 엄마를 찾아갑니다. 아주 오랜만에 본 엄마는 아주 작아보였어요. 세월이 그만큼 흘른 거겠죠. 엄마는 맛난 음식을 만들어 숙녀가 된 딸과 즐거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딸아이는 점점 작아져 동심의 세계로 가서 이제는 엄마가 더 커져 숙녀가 아닌 아이가 되어 엄마의 보호를 받아요. 테이블 밑으로 기어가 엄마의 어깨를 감싸며 엄마는 행복의 기쁨 얼굴이 가득해요. 두 모녀는 옛날을 그리면서 행복해 합니다.

“언제나 나를 사랑으로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 곳,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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