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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카 Sukha Aug 08. 2024

사진으로 떠나는 100년 전 프랑스 여행

캘리포니아에서 온 아트디렉터, Annie를 만나다.


어학원에서 애니(Annie)를 처음 만났다. 언제나 친절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아트 디렉터다. 예술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금세 가까워진 우리는 함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마레에 있는 갤러리들을 같이 돌아보던 어느날, 애니는 자신이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폴카 갤러리(Polka Galerie)가 이 근처에 있다고 말했다. 같이 가볼래요? 당연하죠! 설레는 발걸음으로 그녀와 갤러리로 향했다. 


사진 전문 갤러리인 폴카 갤러리에서는 파리 올림픽을 맞아,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 부르주아들이 고급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프랑스의 사진작가 자크 앙리 라르티그(Jacques Henri Lartigue)의 개인전《신성한 스포츠 Divinement sport》(2024.05.31.-09.07.)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애니와 함께 전시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니와 그녀가 제일 마음에 든 자크 앙리 라르티크의 작품


애니 스펄링(Annie Sperling)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애니는 예술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무대 및 설치 디자이너다. , 편집, 상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녀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을 비롯제이 로(J Lo),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퍼프 대디 & 퍼릴(Puff Daddy & Pharrell), 레이디 가가(Lady Gaga) 등 여러 유명 스타들과 작업했다.


애니는 예술 매체 중 사진 매체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종종 이곳에 들러 전시를 보고 갤러리 안 사진 프린트들을 구경한다고 했다. 폴카 갤러리는 갤러리치고 규모가 큰 편이라 보통 여러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자크 앙리 라르티크의 전시장으로 들어설 때 그녀는 스포츠라는 주제에 약간 꺼리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함께 전시를 보면서 그녀의 생각이 바뀌는 듯했다. 사진 작품 하나하나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멈춰서서 감상평을 말했다. 애니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졌다. 


자크 앙리 라르티그의 작품들




전시 어떻게 봤나요?


알다시피 처음에는 스포츠라는 주제 때문에 망설였어요. 하지만 전 갤러리의 전기적인 시선에 동의해요. 라르티크는 땅과 바다 위, 그리고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환희의 활동들을 정말 잘 포착했어요. 작품을 보면서 놀라운 충만함이 느껴졌죠. 저는 사진이 사람들의 명상적 순간이나, 이런 제스처들을 포착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저는 벨 에포크 시기의 사람들을 생각할 때, 보통 진지한 사람들을 떠올려 왔어요. 하지만 이 전시는 벨 에포크 시대의 사람들의 천진한, 마치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요. 이들이 웃고, 놀고, 자연을 탐험하고, 또 차나 비행기 같은 새로운 발명품들을 즐기는 장면들을 통해서요. 


흑백 사진들도 정말 좋았어요. 물 위에 반사되는 빛이나 하늘의 모습을 흑백으로 보는 건 항상 마법 같은 일이에요. 흑백 사진은 사진 매체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요소들의 전형이에요. 




사진이 제일 좋아하는 매체라고 하셨죠?


사진은 저와 제일 크게 공명하는 매체인 것 같아요. 저는 사진에서 꾸준히 영감을 받아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사진은 여전히 진실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렇게 작가가 구도의 장인이라고 느껴지는 사진을 볼 때면 행복해요. 그게 트릭이죠. 모두가 사진을 찍지만 빠르게 좋은 구도를 잡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애니씨는 예술가시잖아요. 전시를 볼 때 예술가로서 특별히 다르게 보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네, 한 명의 예술가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주제에 접근하는지를 보는 편이에요. 항상 가능성을 남겨두고 너무 많은 정보나 글을 읽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시각미술은 그 자체로 완전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제가 뒷 이야기를 꼭 읽을 필요없이요. 어떤 요소들이 제게 영감을 주는 지 보는 것도 좋아요. 특히 색에서요. 이번 전시 같은 경우는 색의 없음, 흑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항상 다른 작가들의 관점에 자신을 노출시키려 하는 편이에요.



자크 앙리 라르티그의 작품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떤 거였어요?


거의 다 마음에 들었지만 호수 위에 떠있는 사람의 사진이 좋았어요. 꽤 흥미로웠죠. 그리고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 사진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재밌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요. 거의 관음증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카메라의 렌즈는 우리가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우리는 거의 여름날 해변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이곳에는 어떤 본능적인 감각이 있어요. 






귀족으로 태어나 가족, 친구들과 귀족들의 여가를 즐기며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었던 자크 앙리 라르티크. 그의 작품들 중에는 지난번 파리 올림픽 시기에 촬영된 것도 있었다. 그 작품들이 시간을 건너 또 다른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에서 온 애니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사진을 보며 100년 전의 프랑스를 여행했다. 


나는 전시를 보며 프랑스의 옛 모습보다는 사진 속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순간적인 동세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나눈 후 나도 그녀의 상상을 빌려 슬쩍 100년 전의 프랑스를 그려보았다. 스트라이프 수영복을 입고 같이 수영을 하고, 사진 속의 사람들과 새로 나온 차를 몰았다. 애니와 함께 전시를 보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이 퍽 즐거웠다. 




@spectators_of_art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어: 최보영 BoYoung Choi (수카 Sukha)

인터뷰이: 애니 스펄링 Annie Sperling

인터뷰 진행일 : 2024년 6월 26일

전시 공간: 폴카 갤러리 Polka Galerie

전시 정보: 자크 앙리 라르티그 Jacques Henri Lartigue 《신성한 스포츠 Divinement sport》, 2024.05.31. -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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