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얘기했던 몽마르트르 박물관(코르토 거리 12번지)의 옆의 옆의 옆집(코르트 거리 6번지)에는 <짐노페디>로 유명한 음악가 에릭 사티가 살았습니다. <짐노페디>는 한국에도 광고음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에릭 사티는 이 집에 살던 1893년, 즉 스물일곱 살 때 한 살 연상인 화가 쉬잔 발라동과 사랑에 빠집니다. 쉬잔 발라동은 탁월한 미모로 몽마르트르에서 그림을 그리던 르누아르나 로트렉 등의 화가의 모델을 하면서 그들과 스캔들을 일으키다가 결국은 화가의 길로 들어선 자유분방한 여성입니다. 화가 유트릴로의 어머니이기도 하지요.
-에릭 사티가 그린 쉬잔 발라동
-쉬잔 발라동이 그린 에릭 사티
이 두 사람은 에릭 사티의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지요. 쉬잔 발라동을 사모해왔던 에릭 사티에게는 이 밤이 사랑의 시작이었을지 모르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의 쉬잔 발라동에게는 이 밤이 사랑의 끝이었습니다.
애릭 사티는 실연에 절망하여 "머리를 공허함으로, 마음을 슬픔으로 가득 채운 얼음처럼 차가운 고독"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고딕풍의 춤>이라는 곡을 작곡하지요.
나는 이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짐노페디>를 듣고, 그때마다 그의 외로움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하여 가슴이 아파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