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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Aug 26. 2019

부하직원을 '그냥' 미워하는 상사는 없다

이유 없는 미움은 없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에게 미움을 받을 때가 있다. 상사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감정이 있다. 그러니 상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미움이 오래갈 때, 더구나 미움을 받는 사람이 부하직원일 때, 그 부하직원의 입장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명백한 실수나 잘못이 있으면 사과라도 하고 용서라도 구할 수 있다. 차라리 상사가 화를 내면 잘못을 저지른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속이 편하다. 하지만 미움이라는 감정은 분노나 증오, 복수심처럼 공격적이지 않다. 미움은 대상에 대한 반감(反感)이며 얕은 수준의 적대감이다. 쉽게 말해 행동거지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미워하는 대상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싫어하고 꺼리는 눈치만 준다. 미움을 받는 부하직원에게는 불편도 이런 불편이 없다. 


게다가 상사는 미워하는 부하직원에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사는 조직으로부터 공적(公的)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부하직원을 관리한다. 여기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공과 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그 경계를 지키지 못하면 상사는 공정하지 않다거나 부조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상사는 자신이 공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다하는 데 있어서 감정의 개입이 없음을 항상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상사 스스로 나서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감정을 말하고 그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한다면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음을 밝히는 모양새가 된다. 자신이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상사가 돼버릴 수도 있는 짓은 할 상사는 없다. 게다가 싫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드러내는 경우는 잘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 이유를 당사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다시 볼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일이다.


덕분에 미움을 받는 부하직원은 '이유 없이 미움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유 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있어도 이유 없이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없다. 모든 미움에는 그마다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미워하는 것도 당연히 이유가 있다. 상사도 사람이라 사람 사이에서 감정이 생기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직장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같이 하다 보니 그 안에서 보이는 것들이 미움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하직원이 밉다더라

상사가 부하직원을 미워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가 부하직원의 '건방진 태도'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 결과를 보면 '위아래 없는 건방진 부하직원'이 상사들이 뽑은 최악의 부하직원 1위에 올랐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건방진 태도인지는 개인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다만 '건방지다'라는 표현의 뜻을 잘 곱씹어보면 상사가 왜 건방진 부하직원에게 미움의 감정을 갖는지 알 수 있다. '건방지다'에는 잘난 체한다는 뜻도 있지만 남을 낮추어 본다는 뜻도 있다. 직장의 위계질서에서 상사는 부하직원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부하직원의 건방진 태도는 상사로 하여금 부하직원이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수평적 관계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깔보거나 낮게 보면 반감이 생긴다. 하물며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미운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해서 '건방진 태도'지 그냥 흔히 하는 말로 '싸가지가 없는' 부하직원을 이쁘다 할 상사는 어디에도 없다.


상사들의 생각하는 부하직원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은 고만고만한 것들이다. 출근하다 마주쳤는데 눈을 아래로 깔고 스쳐 가거나(심지어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대답이 필요한 물음에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이유 있는 질책에 대놓고 인상을 쓰거나 하는 소소한 것들이다. 때로는 부하직원들의 그런 태도가 상사 때문인 경우도 있다. 부하직원도 상사를 미워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를 떠나 일단 상사 입장에서는 속이 상하는 일이다. 명색이 상사 체면에 그런 자잘한 일로 성질을 낼 수도,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도 없으니 결국은 미움의 감정을 마음 한 곁에 쌓아두는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부하직원도 상사에게 미움받는다. 직장은 그냥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종알종알 모인 곳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심지어는 맡은 일을 성실히 하겠다는 계약서에 친필 서명까지 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다. 대충대충 일하는 시늉이나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꽁지가 빠져라 사무실 문을 제치고 나가는 부하직원을 좋아할 상사는 없다. 몇 번이나 지적한 실수를 매번 반복하고,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잘못을 책임지는 대신 변명만 늘어놓고, 근무 시간에 업무 이외의 딴짓을 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부하직원을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상사는 드물다. 훈계나 질책으로 고쳐지면 그것으로 괜찮다. 하지만 한소리 들을 때만 잠깐 좋아졌다가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불성실한 부하직원에게 상사는 미워하는 마음 말고 더 줄 것이 없어진다.


결국 업무의 성과를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은 업무의 성과가 부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성과가 낮은 직원은 업무 역량을 높이도록 돕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고, 노하우를 공유하고, 과외로 교육을 시켜서 어느 정도의 역량 개선을 할 수 있다. 일의 성과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일을 하는 당사자의 몫이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부하직원을 관리 감독하는 자신의 책임에 대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상사의 입장에서는 부하직원이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자극하는 것도 일이다. 그 일을 하라고 상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 들지 않는 부하직원은 결국 상사들의 마음만 상하게 만들 뿐이다.


여기에 더해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 권리만 챙기려 들면 상황은 최악으로 간다. 취업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에서 실시한 '부하직원이 죽도록 미운 순간'을 묻는 설문의 1위가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을 주장할 때'였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 몫에만 관심 있는 직장인은 함께 일하는 누구에게나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런 태도는 공정함을 벗어나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상사라고 별반 다르게 느끼지 않는다. 공정하지 않은 태도에 대한 미움은 보편적인 감정이다.


불평과 불만이 많은 부하직원도 미운털이 박히기 쉽다. 앞서 말한 설문에서도 '매사에 불평불만을 달고 다닐 때'가 부하직원이 가장 미운 순간 2위에 꼽혔다. 누구도 불평불만이 없는 완벽한 직장은 세상에 없다. 게다가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니 직장에 불평불만이 있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매사에 습관처럼 불평과 불만은 말하는 사람은 주변을 피곤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벅찬 직장생활인데 안 좋은 부분만 들춰내서 사람 힘을 빼놓으니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직원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상사도 직원의 한 사람이라 입장이 다르지 않다. 기운 빠지게 하는 말에 불편한 것에는 위아래가 없다. 오히려 상사 입장은 더 불쾌하다. 상사는 조직 안에서 생기는 불평과 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상사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불만과 불평을 상사 본인에 대한 비판으로 느끼게 된다. 게다가 상사는 조직과의 일체감이 부하직원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 대한 불만과 불평의 일부는 자신에 대한 불평, 불만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위치에 있다. 물론 상사가 직원들의 불평, 불만에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 없는 불평불만주의자들의 구시렁거림은 상사의 감정을 상하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


직장생활과 직접 상관없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갖는 미움도 있다. 상사도 사람인지라 칭찬 듣는 것은 좋아하고 욕먹는 것은 싫어한다. 인정받는 것은 반기지만 비판받는 것은 달갑지 않아 한다. 더구나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뒷담화 소재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은 부하직원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직원을 좋아할 수는 없는 것도 당연하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직원이 같은 부서나 팀에 속한 동료라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사도 나름대로의 고충과 아픔이 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부하 직원들에게 기대고 싶어 하고 실제로 의지하기도 한다. 그런 마음은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상사 자신의 뒷담화에 열심인 직원에게 어떤 감정이 들지는 뻔하다. 상사가 신이 아닌 이상 (신이라 하더라도 그 신이 상사라면) 뒷담화는 직장생활에서 피할 수 없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아무 감정이 없지는 않다. 욕먹으면 욕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사람이다.


상사가 미움의 감정을 갖게 되는 세 가지 상황

이외에도 상사가 부하직원을 미워하는 다른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설문 조사들의 결과를 보면 '일을 제대로 못해서 내가 챙겨줘야 할 때', '말로만 그럴듯하게 업무처리를 할 때', '툭하면 잘못은 감추고 변명만 늘어놓을 때'가 부하직원이 죽도록 미운 순간에 대한 응답이었으며, '능력 없으면서 배우려는 의지가 부족한 부하직원', '뻔한 거짓말과 변명으로 책임 회피하는 부하직원', '근태가 불향한 부하직원'이 최악의 부하직원이었다. 이렇게 보면 상사가 부하직원을 미워하게 되는 상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상사가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태도가 건방지게 느껴진다거나, 근무 태도의 변화를 수 차례 주문했지만 요지부동이거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규칙을 위반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하는 일을 부하직원이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흔히 말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그 원인을 제공한 부하직원은 미움을 받을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특히 권위주의적인 상사일 경우 이런 일이 생기면 부하직원을 심하게 미워하게 된다.


두 번째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다. 비판은 오류, 잘못, 실수 따위에 대한 인정과 성찰을 촉구하는 행위다. 비판은 오류, 잘못, 실수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열등감은 마음의 상처다. 사람들은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그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바꾸기 위해 오류를 수정하고 잘못을 개선하며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한다. 열등감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개선과 만회의 여유조차 없이 비판만 지속되면 마음의 상처만 남는다. 결국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을 싫어하고 멀리하고 싶게 만드는 미움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


세 번째는 비난을 받을 때이다. 비난은 비판과 달리 공격적이다. 비난은 대상의 결점을 공격하고 그것으로 상처를 입히고자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 말이 옳든 그르든 간에 비난을 받는 사람은 무조건 상처를 입게 된다. 직장생활에서 뒷담화 같은 것이 대표적인 비난 행위이다. 작정하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갖게 되는 감정은 미움이다. 그 미움이 자라면 증오가 되고,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더구나 상사는 조직의 위계질서에서 부하직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부하직원으로부터의 비난이 훨씬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마음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미움의 감정이 생기는 이유와 원인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 남자 상사의 경우 부하직원이 자기보다 잘생겼다거나, 상사 자신은 와이프와 사이가 안 좋은데 부하직원은 여친과 사이가 좋거나, 부하직원의 학벌이 상사보다 좋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것에서 부하직원에 대한 미움이 시작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동의는 되지 않지만 개연성이 아주 없다고까지 할 수 없는 일이다. 미움은 한 길 사람의 속에서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상사의 속을 모르니 그냥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쉽게 합리화하는 일은 피해야한다. 상사도 사람인데 그 속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하겠는가?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답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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