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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Jan 28. 2024

모임을 마칩니다

모임장 박진호 씨의 마무리




이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이야기가 끝났네요.     

잘 들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 시간 동안 여러 생을 살아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눈에 띄고 싶다’라는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모임을 마무리하며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눈에 띄고 싶다는" 의미를 한번 정리해 드릴까 합니다. 우리들의 자기소개이기도 했었죠?

     



첫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지선님이 열어주셨어요. 지선님은 혼자여서 불쌍한 모습으로 눈에 띄기보단,  오히려 혼자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셨죠. 


지선님이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엄연히 말하면 지선님은 사실 혼자가 아니었죠. 아이랑 같이 있으셨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런데 혼자 오는 사람이 불쌍하지 않냐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말이었던 거죠.


결국 혼자 있든, 아이와 있든 자신과 불화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쓸쓸할 거고요. 그런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겠죠. 그러니까 그 말은 정말로 본인한테 해당되는 말이겠네요.



다음 차례로는 좋은 단골손님이 되길 희망하는 준영 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괜히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손님으로 눈에 띄고 싶지는 않고, 적정 선을 지키며 친근한 손님으로 눈에 들고 싶다 하신 거죠.


그런데 준영 님 말처럼 좋은 단골손님이 된다는 건 정말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희망사항인 거 같아. 문득 저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좋은 손님이자 친근한 이웃으로 남았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주희 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생일을 축하받길 원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다만 몇 명에게라도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길 원한 하신 거죠.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우리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때로는 그걸  '실감' 하고 싶기도 하잖아요. 타인들의 관심과 애정으로요. 



한순자 님은 나이 들어가며 세상이 본인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아 스스로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리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며 저도 마음이 쓸쓸해지며 소외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또 순자 님은 세상은 변해가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난처하고 부끄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자신의 모습이 눈에 띄는 걸 원하지 않으셨던 거죠. 


이 이야기에 다들 부모님이나 혹은 조부모님이 떠오른다며 마음 아파들 하셨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다시 학생이 되는 경험을 통해 요즘은 활기차게 지내신다니 기쁘네요. 아주 좋아 보이세요.



우리님의 반려견 몽몽이는 사진만 봐도 정말 너무 귀여운데요? 몽몽이가 왜 인스타 셀럽인지 정말 알 것 같아요.


그런데 SNS에서 사람들의 혐오와 애정을 오가는 반응 때문에 때때로 힘드시다고 하셨죠.


앞으로는 혐오의 세계를 덮을 만큼 사랑의 세계가 바다처럼 넓어지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더 귀여움으로 뒤덮인 세계가 되어, 조금씩 귀여움으로 세계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명님께서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이 무명님의 모습도 아주 잘 보이고, 무명님의 목소리도 또렷이 잘 들린다고 말해주셨잖아요. 기억나시죠? 어떤 분은 착한 사람들 눈에는 무명님이 더욱더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농담같이 말하기도 하셨고요. 이렇듯 이곳에서는 분명 무명님은 아주 선명한 분이었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강찬혁 씨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찬혁 씨는 현재의 모습은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미래에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멋지게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 하신 거죠?

 

하지만 찬혁 씨, 우리는 어쩌면 무엇이든 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우리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앞으로도요. 그게 나쁜가요?


그냥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그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오현주 님이 본인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조금 늦게 도착하셔서, 자기소개를 생략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야기에서 이미 충분히 잘 드러났거든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길 희망하고, 직장에서는 오롯이 직장인으로 눈에 띄고 싶다고 하시며 ‘변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게  흥미로웠습니다.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결과론적으로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을 뿐일 테니까요. 하지만 때로는 나에게서 나를 떼어내려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순간들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나날을 보내시는 오현주 님, 저 역시 건투를 빕니다.           




우리는 눈에 띄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죠. 


결국 타인의 시선을 계속 인지하며 그들의 눈에

배제되지 않기를 원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받아들여지며 이 세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거죠.

 

그것이 어려우니까, 때로 우리 존재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 거예요.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괴로운 거고요.


하지만, 우리들은 여기에 이렇게 모여 있네요. 여전히 노력해 보기 위해서요.                


이 공간에서 여러분 모두 서로에게 눈에 띄는 존재였음을 잊지 말아 주세요. 다른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우리 존재가 받아들여졌다고 느꼈던 마음을 간직해 주세요.

     

너무 두려워 마시고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눈에 띄게, 눈부시게 살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만 자기 자신이 되세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임자가 있으니까요.”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요.      




아쉽지만, 여기서 인사드릴까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또 뵙게 되면 좋겠네요.


그럼 모임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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